세계는 각종 전선(케이블)에서 전력과 데이터(통신)가 오가는 네트워크 세상 속에 있다. 국가·지역·빌딩·전자기기 간 소통은 전선을 타고 땅과 바다·건물을 넘나들며 이뤄진다. 과거 전봇대와 변전소 송전탑에 드리워진 전선의 향수는 이제 초고압·광통신 케이블 등 한층 강력해진 소재와 기능으로 무장해 첨단 디지털사회의 중추신경망으로 자리 잡고 있는 전선의 변신에 대한 기대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더는 절연 피복재로만 감싼 구리선의 시대가 아니다.
최근 10억분의 1 크기를 뜻하는 나노기술(NT)로 전선의 친환경성을 크게 높인 차세대 전선이 등장했다. 이 전선은 전선 피복소재에 나노입자 크기의 무기물을 고르게 분사한 것으로 기존 제품보다 불에 타지 않는 성질(난연성)이 더욱 강화됐다. 대개 고난연 전선의 조건은 섭씨 816℃에서 20분간 케이블을 태웠을 때 2.5m 높이의 시료에까지 열이 전도되거나 타지 않아야 한다. 나노전선은 기존 제품보다 난연재료의 함량을 30% 이상 줄이고도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동시에 친환경성을 높이기 위해 할로겐을 사용하지 않는 제품에서 나타나는 강도 저하 현상도 개선할 수 있다. 즉 불에 잘 타지 않으면서도 기계적 강도를 유지하는 친환경 전선의 사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날로 종류와 활용도가 늘고 있는 휴대형 멀티미디어기기를 겨냥해 전선의 두께도 가늘어지고 있다. 극세동축케이블(MCX : Micro Coaxial Cable)은 기존 전선이 구현할 수 있는 최소 두께인 0.25㎜ 벽을 넘은 신제품으로 머리카락 4분의 1 굵기(0.08㎜)의 구리선을 꼬아 난연재료인 테플론이 결합됐다. 이 제품은 높은 유연성과 함께 대용량 데이터 전송률까지 제공해 휴대전화나 디지털카메라 등 고기능·박형 가전의 내부 배선에 활용이 늘고 있다.
시선을 지역 간 전력과 통신의 무대로 넓혀보자. 땅속에 묻혀 145㎸∼400㎸ 이상의 고압전력을 보내는 초고압 케이블은 송전 용량의 대형화, 전력 공급의 안정성 제고, 전력망의 지중화 요구 등을 충족하며 사용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전력 송출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력 손실도 크게 줄일 수 있는 초전도 케이블까지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초전도 케이블은 영하 196℃ 이하의 극저온에서 전기 저항이 제로(0)가 되는 ‘초전도 현상’을 이용해 전력 손실을 극소화한 것으로 동급 일반 전력선에 비해 크기도 작고 5∼10배의 송전효과를 낼 수 있어 급증하는 전력 수요 대응과 도심 노후 선로 대체를 위한 최적의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오는 2010년 전체 송·배전 전력선의 30%, 2020년에는 80% 이상을 초전도 케이블이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또 초고속인터넷의 새 장을 연 댁내광가입자망(FTTH)에도 광섬유로 이뤄진 케이블이 사용돼 100Mbps∼1 의 데이터 송수신 환경을 뒷받침하고 있다.
민관기 LS전선 전선사업본부장은 “그동안 전선산업은 단순히 안정성·내구성·기능성 등에 초점을 맞춘 제품 개발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성·고난연·초고압·대용량 등 시장의 특화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제품으로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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