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전과 패션, 기회를 가져라.”
재미 사업가 박병준 회장(73)은 19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본관 4층 회의실에서 1000만달러의 KAIST 발전기금 기부 행사 뒤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비전이 있어야 목표도 생기고 패션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창조할 기회를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해외 거주 한국인이 국내 대학에 1000만달러(94억원)를 기부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역대 최고액이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비전과 패션, 기회’를 강조하며 “KAIST를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서남표 총장의 비전에 깊은 감명을 받아 기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KAIST가 새로운 분야의 융합 연구로 10년 후 한국을 먹여 살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KI(KAIST 연구원)빌딩 건립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의 인재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박 회장은 그동안 미 MIT에 박병준-홍정희 혁신강연관 설립기금 100만달러 출연을 시작으로 2002년 미 래히클리닉에 연구재단 창립기금 200만달러와 한국의 춘천해양장학재단 설립 11억원, 서울대 공과대학 연구석좌직 설립 10억원, 서울사대부고 장학재단 설립 5억원 등 총 2000만달러(188억원)를 사회에 환원한 바 있다.
“서 총장은 미국 보스턴에서 고교와 MIT를 함께 다니며 잘 알고 지낸 50년 지기로 미 MIT 기계공학과를 세계 최고 학과로 만드는 등 비전이 대단한 인물입니다. 그 라면 KAIST를 5년 내에 세계적인 대학으로 키워낼 것으로 봅니다.”
박 회장은 이와 함께 “한국은 기부 문화가 성숙돼 있지 않다”며 “비전과 성취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기부’가 컬처(문화)로 자리잡아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재산은) 죽어 가져갈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 젊은이가 큰 과학적 연구 성과를 내고 세계적인 인물이 되는데 도움이 된다면 KAIST를 포함해 앞으로도 기부를 계속할 생각입니다.”
서울대와 로드아일랜드디자인대학·MIT·영국 리즈대 등을 나온 박 회장은 지난 86년 설립한 미 산업제품안전성시험평가연구소(MTL)를 2001년 프랑스 국제품질검사기관 뷰로 베리타에 20억달러를 받고 매각한 뒤부터 본격적인 사회 자선 활동을 펴왔다.
한편 KAIST는 이 기금을 융합연구 시설인 ‘KAIST 연구원’ 빌딩을 건립한 뒤 박 회장과 부인의 이름을 딴 ‘박병준-홍정희 KI빌딩’으로 명명할 계획이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