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서 자랐지만 뮤지컬배우의 꿈을 키우며 대학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차광호(27)씨. 가전대리점을 운영하는 아버지가 혼자 어렵사리 점포를 꾸리던 모습이 근래 또 다른 ‘현실’로 다가왔다. 고생으로 일군 대리점을 가업으로 발전시켜 달라는 게 아버지의 뜻이었지만, 지식도 경험도 없는 그로선 책임감 보다 부담이 더 컸다. 한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삼성전자의 ‘디지털프라자 차세대 경영자 양성과정’에 참여한 그는 이제 발레리노 출신 예비 사장님으로 다시 태어났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가 지난 3월 우리나라에서 처음 도입한 대리점 2세 경영자 양성과정 프로그램이 국내 가전대리점에 전문 경영인 시대를 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유통연수소가 있는 수원에서 서울대 경영대와 공동 개설한 디지털프라자 2세 경영인 대상의 교육과정 1기 수료식을 갖고, 예비 CEO 22명을 배출했다.
5개월여간 인사노무·재무·회계·마케팅 등 이론 교육과 현장실습, 일본 현지 유통시장 방문 등 빡빡한 교육 일정을 모두 소화해낸 이들은 한결같이 성취감에 충만했다. 패기만 넘치고 경험과 지식, 책임감이 부족한 탓에 ‘물려받으면 그만’이라던 안이한 생각도 이번 교육과정을 통해 완전히 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1기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디지털프라자 수원 안중점의 박철진씨(25)는 “참 경영주로서 고객과 직원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비전과 목표가 생겼다”고 했다. 부친인 박준현 사장은 “아들이 변해가는 모습에 기뻤고, 이 참에 아들과 선의의 경쟁도 벌여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때 군 제대후 준비하던 유학이 좌절되자 적지 않게 방황도 했던 박씨다.
역시 1기 과정에서 깨달은 바 적지 않다는 현대무용 전공자 차씨는 전남 보성에 있는 매장을 조만간 배로 키워볼 생각이라고 했다. 지금은 50평짜리 2층 매장이 고객들의 발길을 외면하고 있다는 판단에, 100평짜리 단층 매장으로 새단장해 보성 지역 가전유통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킨다는 욕심이다.
1기 교육생들은 사연만큼이나 출신지역이나 성별에서도 다채롭다. 전체 22명 가운데 7명이 여성 2세 경영자들로, 사회 초년병 같은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성공을 꿈꾸는 대리점 ‘사장님’들이다. 이날 수료식에 참석한 부모님들마저 놀라게 한 공통점은 지역상권에서 더이상 주먹구구식 영업은 하지 않겠다는 비전이었다. 교육생들은 해당 상권의 현황과 소속 대리점의 문제점, 개선방안, 세부 실천 프로그램들을 과학적으로 도출해 한결같이 ‘지역상권 1등’의 포부를 밝혔다.
이번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한 삼성전자 장창덕 부사장은 “삼성전자와 대리점의 상생경영을 실현하고, 궁극적으로는 유통 현장도 밀어내기 판매가 아닌 고객만족(CS) 경영을 확산시킬 수 있는 계기”라며 “앞으로도 대리점 경영을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디지털프라자 차세대 경영자 교육과정을 이어가 향후 300개 전속 대리점을 ‘가게’가 아닌 ‘기업’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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