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족은 지금 인터넷 중

미니홈피 꾸미기에 열중인 김일중(60)씨. 멀리 떨어져 있는 손자와는 방명록으로 안부를 주고받는다. 아기자기한 미니룸과 알찬 게시글이 할아버지(?) 홈피라고는 믿기가 힘들 정도다.

2030 세대의 전유물로 인식되어오던 인터넷 공간에 60대 이상 노년층의 새로운 무대가 펼쳐지고 있다. 인터넷 이용 노년층이 증가함에 따라 웹(Web)과 실버(Silver, 노인세대를 일컫는 단어)를 합친 ‘웹버(Webver)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SK커뮤니케이션즈에 따르면 현재까지 싸이월드에서 활동하는 50대 이상 회원은 110만 명에 이른다. 이는 2004년도 3만 8,000여명보다 약 29배 증가한 수치다. 회사 측 관계자는 “60대 이상 회원은 따로 수치가 잡히지는 않지만 매년 30~40% 정도 회원 수가 증가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올해 초 실시한 2006년도 하반기 정보화실태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년층의 인터넷 이용률은 2005년 11.9%에서 2006년 16.5%로 크게 상승했다. 특히 40~50대 중장년층의 인터넷 이용률은 평균 6.8% 늘어나 40대의 74.9%, 50대의 42.9%가 인터넷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을 이용하는 노년층의 숫자는 해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캐나다에 거주한지 올해로 20년째를 맞이하는 박경자(64)씨는 지난 설에 받았던 특별한 세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한국에 거주하는 자녀들이 매년 캐나다로 찾아 올 형편이 안 되는 탓에 전화 통화로만 인사를 나눴던 적이 많았다. 올해도 얼굴을 맞대진 못했으나 인터넷전화 스카이프(www.skype.co.kr)를 통해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세배를 받을 수는 있었다.

마이크와 스피커, 웹캠을 준비하니 서로의 모습을 화면으로 보면서 세배를 주고받을 수 있었던 것. TV에서나 봤을법한 일을 박씨가 해낸 것은 몇 달 전부터 인터넷에 관심을 가지며 차분히 실력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박씨는 설 세배 이벤트 이후 인터넷전화로 한국에 있는 자식들과 자주 통화를 하면서 안부를 묻곤 한다. 예전에는 국제전화비가 아까워 늘 먼저 ‘이만 끊자’는 말을 했지만 인터넷전화는 무제한 무료 통화가 가능한 덕에 전화비 걱정이 없다.

박씨는 "인터넷은 남들이 쓰는 신기한 기술로만 알고 있었는데 직접 해보니 하루하루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인터넷전화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비슷한 나이대의 친구를 만나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인터넷전화 스카이프 관계자는 “스카이프를 통해 국제 전화를 사용하는 비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해외에 자식을 유학 보낸 중장년, 노년층 인구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실버족의 활동량은 왕성하다. 온라인 장터 옥션(www.auction.co.kr)의 총 회원 1,900만 명 중 60대 이상 회원은 76만 명으로 전체의 4%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4%의 이용자 중 절반 이상은 한 달에 1회 이상 생활용품, 의류, 건강식품 등 다양한 상품군을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옥션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의 구매 성장세는 매년 60~100%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노년층이 디지털, 혹은 인터넷 소외 계층에서 차츰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주엽 기자 powerusr@ebuz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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