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디자인과 특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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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폰 때문에 시끄럽다. 미국 어느 대도시의 시장(市長) 조차도 아이폰을 받으려 밤샘했다고 하니 아이폰이 불러온 충격이 크기는 큰가 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실망감도 못지 않다는 소리도 들린다. 다양한 콘텐츠와 기능에 비해 실생활에서의 불편함이 컸다는 평가다.

 그래도 신선한 디자인의 충격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귀감이 될 것이다. 어쨌든 보기 좋으니 말이다.

 산업에서의 디자인은 그 중요성을 조목조목 따지기엔 매우 광범위한 포괄적 개념의 연구개발(R&D)이자, 마케팅이며 전략이다. 산업과 기술의 나이테가 늘면 늘수록 기초기술과 응용기술, 또다시 발전된 기초기술로 윤회해 기술의 넉넉함이 묻어나게 마련인데,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디자인은 바로 제품 개발을 위한 기초 기술이며, 제품의 판매를 위한 주요 요소가 되니 말이다. 나아가 이를 천하에 공표해 함부로 침해하지 못하게 하고 탐이 나면 돈을 내라고 큰소리치는 근거가 바로 ‘특허’이자 ‘의장’이다.

 기술개발과 디자인, 의장등록의 진행에는 서로의 상관관계에 의해 다양한 선택이 있을 수 있다.

 첫째, 기술개발이 선행하고 그것에 맞도록 디자인이 따르도록 하는 ‘테크놀로지 푸시(technology push)’ 형태다. 둘째, 시장 요구에 맞춰 디자인을 먼저 개발하고 이후에 기술을 개발하는 ‘마켓 풀(market pull)’ 형태다. 셋째, 기술 개발과 디자인 개발이 동시에 진행되는 형태 등 3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각 상품별로 이 중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하지만 현재의 시장 추세로는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제품은 디자인을 먼저 개발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디자인 경쟁력이 부족해 시장에서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기술 및 디자인 개발의 노력과 함께 애써 개발한 무형의 자산을 보호하는 노력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기술 개발의 성과는 ‘기술적 사상의 발명’으로서 특허 권리를 확보하고 ‘제품에 나타나는 디자인’은 디자인보호법으로 의장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고 있다. 또 이에 따른 브랜드의 변화도 상표로써 권리화할 수 있다. 기업에서는 어느 하나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입장이다. 기업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의 성과를 전략적으로 보호·활용하고 기술개발과 디자인 개발이 결부돼 병행해야만 할 것이다.

 현재, 많은 기업이 고도의 기술과 뛰어난 디자인을 결합한 제품으로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이를 소비자에게 어필해 기업 브랜드의 재산 가치를 높이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른바 범세계적 자유화가 공존하는 요즘 시대에 세계 각국은 자국의 정체성을 가진 제품으로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신기술 개발과 마케팅 전략과 함께 디자인이 승패를 좌우한다. 세계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동안 우리나라는 어떠했는가? 제품 개발과 생산·마케팅의 중요성을 외치면서 그 모든 것의 결과물인 디자인이라는 필수 요소를 체계화하지 못한 채 화려한 IT강국이라는 허울만을 보여줬을 뿐이다.

 디자인은 상품의 매력 향상이나 차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기업의 경영자산으로서 보호되고 타인에게의 권리 침해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지식재산권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디자인은 이제 더 이상 우리나라 산업에서 홀대받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장의 권리와 중요성에 관심을 갖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정부와 산업계 그리고 학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인식을 전환시키고 살아남기 위한 디자인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아이폰 때문에 세상이 시끄럽지만 덕분에 우리는 그동안 괄시해 온 수많은 디자인 작품에 다시 눈을 돌리게 됐다. 알고 보면 디자인은 세상을 뒤흔들 수 있는 무기며, 우리를 먹여살릴 수 있는 엄청난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제욱 한국특허정보원 상표디자인사업팀장 Jpower@kip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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