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1위 `각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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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승강기시장의 선두자리가 거의 40년만에 바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승강기업계의 만년 2∼3위 업체였던 현대엘리베이터(대표 송진철)가 올들어 파격적인 저가공세로 선두 오티스엘리베이터(대표 브래들리 벅월터)를 거의 따라잡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엘리베이터의 안홍환 부사장은 지난 1분기 설치물량에서 오티스를 앞섰다고 장담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1분기 시장점유율은 약 28%로 전년도 평균보다 약 4%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오티스는 현대와 가격경쟁에 밀려서 전년도 점유율 32%보다 한단계 하락한 것으로 평가된다.

두 회사는 서로 1분기 실적에서 일등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형국이다. 분명한 사실은 이제 오티스와 현대엘리베이터가 선두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일 정도로 격차가 줄었다는 점.

한국오티스의 모태격인 LG산전 승강기사업부는 지난 1968년 구 금성사 시절부터 승강기분야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해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현대와 티센동양의 저가공세가 본격화되면서 선두 오티스와 격차는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승강기 내수시장이 몇년째 정체된 상황에서 무리를 해서라도 점유율을 올려놓아야 유지보수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요즘 아파트용 저속 승강기종은 대당 설치가격이 거의 원가수준인 3000만원 이하로 떨어지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업계 주변에선 무리한 가격경쟁이 승강기시장의 레드오션화를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티센크루프동양엘리베이터는 지난해 저가경쟁의 후유증으로 17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경영진이 교체되기도 했다.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도 올해 매출은 다소 늘어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승강기사업의 수익감소는 지하철용 플랫폼 스크린도어(PSD)나 여타 신규사업으로 커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오티스엘리베이터는 올들어 현대의 시장약진은 인정하지만 무리한 가격인하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입장이다. 특히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5%를 인수한 쉰들러가 경영권까지 노리는 상황을 고려할 때 승강기사업의 해외매각을 고려한 덩치키우기란 분석도 내리고 있다. 지난 99년 LG산전이 승강기사업을 오티스에 매각할 때도 수익감소를 무릅쓰고 점유율을 54%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반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사업매각은 근거가 없는 낭설이며 창사이래 처음 승강기 선두업체로 오르겠다는 의지를 비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한 관계자는 “점유율 향상은 지난해 출시한 기어 없는 승강기 ‘루젠’이 아파트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등 기술력과 품질이 뒷받침했기 때문”이라면서 “연말까지 승강기시장의 선두자리를 놓고 오티스와 박빙의 승부가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