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활기 되찾은 `MP3 종주국`

 아침 10시. 대다수 가게가 아직 문도 열지 않은 시각, 애플 아이팟 매장 앞에만 유독 많은 사람들이 진을 치고 서 있었다. 작년 말 기자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출장 갔을 때 직접 목격한 광경이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서도 가장 목 좋은 곳에 위치해 있는 애플 매장의 규모나 인테리어는 인근 패션매장과 쥬얼리샵을 압도했다.

 아이팟 MP3플레이어 몇 대와 맥PC 정도가 전부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매장 안 역시 흡사 패션 아웃렛을 방불케 했다. 아이팟 전용 파우치를 비롯해 암밴드 등 각종 액세서리로 치장한 마네킹과 현란한 음악은 이곳이 정말 전자제품 매장인지 다시 한번 되묻게 했다.

 MP3P는 이제 단순한 IT제품이 아니다. ‘아이팟 이코노미(iPod Economy)’란 말이 있을 정도다. 아이팟 관련 액세서리를 생산하는 업체는 400여 곳에 달한다. 액세서리 시장의 연간 매출액도 2억달러에 이른다. MP3P가 곧 패션이다. 트렌드다.

 미국의 애플이 이렇게 세계 MP3 산업을 이끈 지난 1∼2년간, MP3 종주국 대한민국의 관련 시장은 극심한 침체기를 겪었다. 그 사이 MP3P의 대표주자 레인콤은 대주주가 바뀌었다. 군소 업체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MP3P 전문업체들 역시 하나둘 PMP며 전자사전, 내비게이션 등으로 돌아서야 했다. 생존을 위해.

 그러던 국내 MP3P 시장이 최근 들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우선 지지부진했던 신제품 출시가 늘었다. 군소업체의 자연도태에 따라 주요 업체 위주로 시장이 재편, 저가제품과 프리미엄 시장이 명확히 구분된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시장도 화답하고 있다. 연초 신학기와 졸업·입학 시즌이라는 특수성도 있지만 MP3P의 구매가 확실히 많아졌다. 지난 1∼4월간 주요 업체의 내수제품 판매 비율이 전년 대비 50%대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전체 내수구매의 80%가량이 교체수요다. 더 이상 국내시장의 양적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역시 수출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또 액세서리 등 후방마켓을 통해 ‘MP3P 경제학’의 열매를 따먹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MP3P의 종주국이다. 종가의 힘을 발휘해 보자.

류경동기자·퍼스널팀@전자신문, nin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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