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프트웨어(SW)산업의 최대 숙제는 제값 받기다. 지식산업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SW와 서비스가 제값을 받지 못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는 우수 인력들의 SW업종 기피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고수익을 내는 SW업체들이 많이 나와주어야 우수한 SW 개발에 쏟아부을 수 있는 자금 여력이 생기고 우수한 인력들도 몰려 국산 SW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텐데 아직은 이런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SW 제값 받기’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정부는 SW산업진흥법에 의거해 작년 11월 ‘SW사업 제안서 보상기준 등에 관한 운영 규정’을 만들었다. 이는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IT서비스 및 SW업체를 위한 것으로, 이 고시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발주한 20억원 이상 정보시스템구축사업에 제안서를 제출한 업체는 최종 낙찰자로 선정되지 않았더라도 기술능력 평가 점수를 80점 이상 받으면 최대 1억원 미만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업체의 제안서를 ‘재산’으로 인정한 진일보한 조치로 업계의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를 만든 정통부는 물론 대부분 공공기관들이 최소 20억원에서 최대 12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차순위 탈락자에게 제안서에 대한 보상을 거의 하지 않는 실정이다. 어렵게 규정은 만들어놓았는데 실제로 지켜지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제도가 작년 11월 부터 시행되었기 때문에 공공기관들이 올해 예산에 반영하는 데 힘들었다고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예산문제보다는 오히려 인식의 문제가 더 큰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얼마 전 행자부는 제안서 보상에 관한 예산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사업 낙찰차액을 활용해 ‘주민서비스 통합정보시스템 1단계 구축 사업’에서 고배를 마신 삼성SDS에게 3650만원을 보상한 바 있다. 본예산이 없음에도 제안서 보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다른 공공기관들은 행자부처럼 운영의 묘를 발휘하지 못하고 제안서 보상에 소극적인 것은 아직은 공공기관의 제안서 보상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는 비단 ‘SW사업 제안서 보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재경부가 유상과 무상 하자보수를 엄격히 구분하기 위해 지난해 5월 국가계약법과 관련해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 기준’을 개정 고시했는데 이 규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관련 법령 변경으로 생긴 프로그램 수정 비용이나 사업장 확보 및 관리에 관한 비용을 업체에 떠맡기는 행위도 있다고 한다. 이 같은 공공 기관 중심의 계약조건은 모두 SW 제값 받기에 역행하는 것이다. 법과 제도가 개정된지 1년이 채 안돼 완벽한 시행을 바라는 것이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공공 프로젝트의 품질 개선을 위해서도 SW진흥 관련 법규의 정착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공공기관들이 제안서 보상에 관해 적극적인 인식을 갖고 또 하자보수와 유상 유지보수를 엄격히 구분해 지키는 관행을 만들어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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