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성남에 있는 JME디지털 김경태 사장(42)의 방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오래된 광고 포스터가 한 눈에 들어온다. ‘태권도의 종주국은 대한민국. MP3의 종주국은 엠피맨’이라는 문구의 이 광고판은 벤처 광풍이 한창이던 지난 2000년 지하철 등을 기세 좋게 도배했다.
“이 광고 카피는 제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언젠가는 우리나라가 MP3플레이어 종주국의 위상을 되찾는 날이 올 것이라는, 꼭 와야한다는 다짐을 하게 합니다.”
대한민국 MP3플레이어 10년사의 산증인인 김 사장은 자신이 몸담아 온 엠피맨닷컴을 본인의 손으로 정리해야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업체간 분쟁으로 MP3플레이어 원천기술 특허권이 국외로 빠져나가는 것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다.
결국 김 사장은 지난 2004년 엠피맨닷컴의 유럽 바이어였던 JME SPRL의 도움으로 JME디지털을 설립했다. 현재 김 사장은 ‘엠피맨’ 브랜드로 유럽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GFK프랑스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엠피맨은 애플 아이팟(9%)에 이어 8.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2위에 올랐다. 이 기간 삼성의 옙이 5.7%의 점유율을 보인 것에 비하면 JME디지털의 실적은 비약적이다.
“유럽 시장만 해도 아직까지 ‘MP3=코리아’라는 의식이 강합니다. 이미 90년대말부터 유럽인들에게 선보인 ‘엠피맨’에 대한 브랜드 로열티 역시 높은 편입니다.”
김 사장은 이같은 여세를 몰아 최근 한국 소비자들을 겨냥한 제품을 엄선, ‘엠피크래프트’라는 이름으로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본격적인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해 현재 레인콤이 보유중인 ‘엠피맨’ 상표권을 다시 가져오는 방안도 레인콤 측과 논의 중이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당시 레인콤은 코스닥 상장을 위해 특허권이 필요했기 때문에 엠피맨닷컴을 인수했던 것”이라며 “레인콤 역시 현재 엠피맨 브랜드를 활용, 어떠한 영업도 하고있지 않기 때문에 상표권 회수 협상에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 우신고와 연세대 독문과를 졸업한 김 사장은 태일정밀 해외영업팀 과장과 현대전자 해외영업팀장 등을 거쳐 새한정보시스템 해외영업팀장으로 MP3플레이어와 인연을 맺는다. 이후 엠피맨닷컴 영업이사와 대표를 맡아 회사를 정리한 뒤, 지난 2004년 10월 JME디지털을 설립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