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로 영어배우기 저작권 지뢰에 움찔

 최근 미국 드라마 열풍과 맞물려 이를 활용한 동영상 영어 강좌 서비스가 인기 급상승 중이다. 그러나 이들 드라마 콘텐츠는 대부분 저작권자와의 합법적인 계약없이 제공되는 것이어서 대형 법적 분쟁까지 예고하고 있다. 특히 7월 개정된 저작권법 발효를 앞두고 국내외 영화사와 배급사, 직배사들이 불법 복제에 대한 본격적인 전쟁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이같은 서비스는 시한폭탄으로 인식되고 있다.

 ◇저작권 문제 시한폭탄=A어학원은 최근 인기 급상승 중인 ‘프리즌 브레이크’나 ‘그레이 아나토미’ ‘CSI’ 등 미국 드라마를 활용한 동영상 강좌를 제공, 수강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자사 사이트 뿐 아니라 일부 e러닝 사이트에도 B2B 방식으로 공급하면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달 초 이 회사의 드라마 강좌를 처음 서비스한 모 인터넷사이트 측은 “콘텐츠를 제공한지 한달 남짓이지만 예상 이상으로 수강자가 몰리는 등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A어학원은 이미 수년 전부터 드라마 강좌를 공급 중이지만 저작권자와 공식적인 계약은 없었다. 올 초 한 직배사의 항의를 받고 인기 시트콤 강좌를 폐지했다. 현재 제공 중인 ‘프리즌 브레이크’도 저작권자인 이십세기폭스사와 계약을 하지 못한 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측은 “저작권 협상 없이 콘텐츠를 제공 중인 업체가 있다는 건 알지만 일일이 대응할 수 없어 지켜보고 있는 상태”라며 “저작권 침해 사례가 확실히 밝혀지면 본사와의 협력을 통해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 문제 해결 방법 어려워=하지만 어학원 측의 입장은 다르다. 저작권 협상을 위해 워너브러더스나 이십세기폭스 등 본사 측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답을 받지 못해 협상 자체를 할 수 없었다는 것.

 A어학원 관계자는 “저작권이 없는 한국 지사와는 협상 자체가 안되고, 본사 측과는 연락도 되지 않아 답답한 실정”이라며 “합법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이를 중간에서 연결, 처리해 주는 사업자라도 나왔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저작권료 무서워 엄두 못내는 기업도=해커스토익은 인기 드라마 ‘섹스앤더시티’ 강좌를 무료로 제공 중이다.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여서 무료로 일부 학생들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YBM시사닷컴 김참 팀장은 “과거 영화를 이용한 영어 강좌는 많이 있어 왔지만 최근 미국 드라마가 크게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 강좌도 늘었다”면서 “드라마를 이용하려면 긴 협상 과정과 막대한 비용이 들어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워 미국 드라마 콘텐츠는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 걸려도 해결 노력 필요=온라인 영어교육 업체인 윈글리쉬닷컴은 지난해 말부터 드라마를 활용한 콘텐츠를 제공하려고 저작권자와 지속적으로 협력했지만 가격 문제로 결국 실패했다. 사용자들을 상대로 드라마 콘텐츠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벌이며 수요 조사까지 하면서 5∼6개월간 협력을 모색했지만 적당한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이 회사 함동호 본부장은 “저작권자와의 접촉이나 협상 과정은 상당히 길고 어렵다. 결론적으로는 가격이 맞지 않아 포기했지만 다른 콘텐츠를 공급하기 위해 타 업체와 다시 그같은 과정을 밟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나 드라마 등 콘텐츠 업체들은 그러나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야만 콘텐츠 산업 붕괴를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워너브러더스홈비디오코리아 측은 “콘텐츠를 상업화하지 않고 사용할 경우 저작권자와 협의를 거치면 서비스할 방법이 있는데도 불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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