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국회에서는 중고폰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자들에게 의무를 부여하는 법을 만들자는 내용의 공청회가 열렸다. 전병헌 의원실이 주최하고 모 단체가 주관한 이 행사에는 정부 부처와 산업계, 시민단체 등이 토론자로 참석해 연간 1300만대나 발생하는 장롱폰·폐휴대폰의 처리 방안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환경과 후대(後代)를 위해서 중고 휴대폰을 전량 수거하는 데 머물지 말고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까지 만들어 의무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휴대폰 유통과 판매를 맡고 있는 이통사들은 수거를, 제조사들은 수거 대신 환경분담금 납부를, 국민은 중고 휴대폰을 반납해야 새 휴대폰을 살 수 있는 의무를 각각 부여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문제는 이 같은 주장을 주도적으로 펼치고 있는 산업계의 대표가 대부분 중고 휴대폰을 수거, 수리해 판매하는 재생폰 사업자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이날 행사를 주관한 데 앞서 지난 3월에도 같은 내용을 법제화하자며 별도로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실제 이해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휴대폰 제조사나 이동통신업체들은 이날 참석하지 않았다.
이 같은 주장이 알려지자 제조사와 이통사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환경을 생각하고 자원을 재활용하자는 의견은 좋지만 사업 주체들의 영업상 자율성을 침해하고 소비자의 선택권까지 제한한다는 반박이었다. ‘나가도 너무 나갔다’는 것. 더욱이 중고폰을 수거해 케이스만 바꿔 끼워 재생폰으로 파는 과정에서 ‘짝퉁폰’과 ‘불법 개조폰’이 난무해 관련 업체들과 소송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이해당사자들의 주장만 너무 여과 없이 반영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행사를 주최한 전병헌 의원실은 “주제 발표자나 토론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법안 초안에 담겠다는 생각은 아니다”면서 “이후 제조사·사업자 등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고루 들어 초안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참석했던 환경부 공무원은 “그냥 원론적인 차원에서 공청회에 참가했을 뿐, 법제화와 관련해서는 논의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이해 당사자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중고폰 재활용 법제화, 갈 길이 아직 멀다.
정지연기자·퍼스널팀@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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