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u스쿨](3부)알맹이 없는 ICT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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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공교육 내실화, 사교육비 절감 차원에서 사이버 가정학습 도입됐다. 작년 말 기준으로 200만명이 넘는 학생이 가입했고 사이버교사도 7000명에 이르는 등 적어도 양적으로는 성장했다. 그러나 사교육이라는 장벽을 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다. 목표를 이루려면 교육 현실과 연계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방과후 초등학생이 사이버 가정학습 사이트에서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교육이요? 그냥 칠판과 부교재 대용일 뿐입니다. 창의성을 살릴 만한 콘텐츠가 없어 그냥 사설 사이트에 의존하게 됩니다.”(서울 한 초등학교 교사)

 이 교사의 말은 서울 A초등학교 논술 수업시간에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교실의 TV에는 원고지 쓰는 법을 설명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떴다. 학생들은 TV의 지시에 따라 글을 쓰고 각종 문장 부호를 열심히 받아 적었다. 이 광경은 40분 수업 내내 계속됐다. 교사 대신 수업을 진행한 이 사이트는 다름 아닌 대표적인 유료 교수학습 사이트다. ‘친절한’ 이 사이트는 7차 교육과정을 모두 담고 있고 분량도 수업 시간과 딱 맞아 교사들의 선호도가 높다.

 담당 교사는 “ICT 교육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고민이 많다”며 “이 때문에 별 고민할 필요 없는 사설 교수학습 지원 사이트를 주로 이용한다”고 털어놨다. 교육 콘텐츠의 부실이 ICT교육 정착을 방해하는 또 다른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I can’t teach(ICT)’=현재 초등학교 ICT교육 단계는 어느 정도일까? 교육부는 1차 도입단계를 넘어 교과에 활용하는 2차 단계로 넘어왔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ICT라는 말만 강조됐지 실제 교육에서는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육용 콘텐츠는 넘쳐나지만 대부분 흥미가 떨어지고 개별 학교 실정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홍명희 서울교대 교수는 “ICT교육 과정이 구속력이 없고 예산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장 수업도 단순히 네이버 등 인터넷 사이트를 보여주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평했다. 교육부 가이드라인도 추상적이다. 올 초 교육인적자원부가 출판한 ‘ICT 활용 지도 자료’를 보면 자세한 수업 지도안이라기보다 ‘이렇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교사 능력에 따른 편차도 문제다. 기기 사용 정도 및 ICT 교육 관심도에 따라 콘텐츠 발굴, 적용에서 큰 차이를 드러낸다.

 ◇ICT에 적합한 콘텐츠 개발 시급=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 전문 교사 양성과 관련 콘텐츠 개발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전문교사의 경우 현재 20일 정도의 직무 연수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교대 재학 당시부터 이 분야를 집중 지원, ‘ICT 스페셜리스트’를 양성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 △교육과정 구성 전문가 △미디어 전문가 △정보 전문가 등으로 교사의 전문성이 확보돼 있다. 하지만 국내는 교대 140학점 중 컴퓨터공학과를 제외하면 컴퓨터 관련 학점은 총 6학점에 불과하다. 홍 교수는 “외국은 안식년제를 도입, 이 분야만을 1년 정도 교육하기도 한다”며 “각 지역청 단위로 정보검색 전문가를 직접 고용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네이버·다음 등 수업 시간에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콘텐츠 질’이 교육 현장의 또 다른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미나 광주 일곡초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에게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검색을 하게 하면 검증 안 된 콘텐츠를 찾아오는 일이 종종 있다”며 “포털 검색을 통한 수업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콘텐츠가 나오면 굳이 사설 사이트를 이용할 필요가 없음은 물론이다.

 ◇노후기기로 멀티미디어 콘텐츠 활용 한계도=게다가 IT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하다 보니 과거 칠판을 보고 받아 적는 일체 수업과 다른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MBC(Man, Blackboard, Chalk)’가 새로운 ‘MBC(Man, whiteBoard, Computer)’로 진화했을 뿐이라는 이야기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는 학교 인프라를 고려해 만들기 때문에 학생들의 선호도가 떨어진다”며 “다양한 멀티미디어 교재를 활용하자니 인프라가 뒷받침 안 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탐사기획팀=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etnews.co.kr, 김규태·한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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