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벤처에 왜 책임 전가하나" 

 병무청이 IT벤처기업에 대한 산업기능요원 지정중단을 추진 중인 가운데 현행 병역대체복무제도(산업기능요원제도)가 당국의 관리감독만 강화됐다면 사전에 비리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병무청은 비리 사례가 주로 IT 분야에서 포착된다는 이유로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을 IT업계에 전가하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3일 관련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산업기능요원제도는 도입 초기부터 선발과 관리 과정에서 이미 구멍이 뚫려 있었으며 그동안 악용사례가 수차례 발생, 당국이 보완책을 마련할 수 있었는데도 대책을 내놓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에 의혹이 불거진 군복무 대체 산업기능요원(보충역) 선발의 경우 사실상 자격요건이 없는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보충역은 특별한 기술과 자격이 없어도 신청이 가능하며 단지 ‘성실복무약정근로조건이행서약서’ 등 형식적 절차만 거치면 되는 수준이다.

 유관기관 관계자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보니 의지만 있다면 악용할 수 있다”며 “그동안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산업기능요원으로 채용된 후 1년만 지나면 전직할 수 있는 것도 허점으로 지적된다. 또 IT업계를 대표하는 N사 등이 그동안 수십명씩 산업기능요원을 채용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는 점도 당국의 관리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일부 업체만 배불린 꼴’이라며 비판한다.

 이에 따라 정작 중소·벤처기업들이 산업기능요원을 배정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인 실정이다. 지정업체면서도 수년째 한 명도 지원받지 못한 한 솔루션업체 대표는 “(당국이) 일부 기업만 지속적으로 산업기능요원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 셈”이라고 비꼬았다.

 업체가 산업기능요원 관리 권한을 갖고 있지 못한 점도 문제다. 기업들은 산업기능요원의 근무태도가 불량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고, 최악의 경우 병역특례에서 해지되면 그 책임까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더구나 이 같은 관리부실이나 허점이 특정 분야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닌데도 IT벤처기업에 대해서만 산업기능요원 지정을 중단키로 한 당국의 태도가 반발을 부르고 있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산업기능요원제도는 일괄 적용되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도 제도적 허점이 노출되고 있는데 IT쪽만 몰아붙이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라고 말했다.

 산업기능요원제도는 현재 중단이 검토되고 있는 IT업종(정보처리·게임) 외에 철강·기계·전기·화학·섬유·섬유·해운 등 20여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이진호·김준배·류현정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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