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압박에 잠을 잘 수 있어야지요.’ ‘올해 화두는 생존이 아닐까요.’
요즘 전자태그(RFID) 업계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시쳇말로 돈이 되지 않으니, 속이 타고 입이 바짝바짝 마른단다. 될 듯 될 듯 안 되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 아니겠는가. 제3자인 기자도 공감이 간다.
RFID 대중화의 기폭제가 될 물류 등 민간 부문 시장이 열리지 않고 있다. 대형 할인점들은 RFID 부착에 따른 손익계산을 위해 주판알 굴리기에 바쁘다. RFID 리더 및 태그 가격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대만·중국에서 생산된 저가 제품도 한국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특허 문제는 숨어 있는 폭탄이다. 그나마 정부가 주도하는 u-IT선도사업이 위안이 될 정도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이 있다. 들리는 소문에 비해 실제로는 별로 실속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RFID는 신규 사업을 찾는 IT업체들의 첫 손가락에 꼽힌다. 이러다 보니 너도나도 RFID를 신사업군에 편입시키는 추세다. 실제 한국RFID/USN협회 회원사는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적잖은 협회비 부담에도 불구하고 230개사를 넘었다고 한다. RFID가 언젠가 바코드를 대체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는 희망에서다.
하지만 RFID 사업에서 돈을 버는 기업을 찾기란 쉽지 않다. 상당수가 바코드, 공장자동화, 보안시스템, 교통카드 등 기존 사업에서 돈을 버는 게 현실이다. 이들 기업에 RFID는 미래를 위한 투자다. 보험이다.
국내 RFID 시장은 이제 막 도입기에 접어들었다. 언젠가 소비자의 실생활에 RFID가 대중화되는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산업은 조정기를 거친다. 2000년대 초반 활황세였던 MP3플레이어 산업이 그랬고, 상당수 중견 휴대폰 기업도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단명했다. 너도나도 불나방처럼 RFID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막연한 기대와 환상은 기업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RFID가 개별 기업에 정말 필요한 사업인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RFID 기상예보는 벌써부터 경고 사인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김원석기자·디지털산업팀@전자신문, stone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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