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상용화한 음악유통·디지털저작권관리·CG 등 콘텐츠 제품이 시장에서 중소 콘텐츠 업체의 솔루션과 잇따라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시장 내 아이템 경쟁은 물론이고 향후 국책기관의 중복기술개발 진행에 따른 연구력 낭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ETRI가 원천기술 대신 즉시 상용화할 수 있는 응용기술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IT콘텐츠 업체들과 ETRI 간에 잇단 상용화 아이템 중복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가 국책연구기관 평가 및 연구과제 채택 시 업체 상용화기술 이전 실적 위주로 변경한 이래 나온 현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이템 충돌현상이 부쩍 잦아지면서 관련업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ETRI 내부에서도 이 같은 현상을 인정하면서 대안을 찾자는 분위기다.
◇“ETRI와 경쟁 잦아”=지난해 A 콘텐츠 솔루션 업체는 모 콘텐츠서비스업체에 자사의 기술을 제안했으나 비슷한 솔루션을 개발한 ETRI가 공급권을 따냈다. 서비스사가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공급가가 더 싼 ETRI의 기술을 채택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이 업체의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ETRI와 입찰을 붙어 탈락한 양상이 됐다”며 “하지만 따지고 보면 개발 원가 측면에서 민간기업이 국책연구기관과 공정한 경쟁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B 콘텐츠 업체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
시장에서 아이템 충돌을 많이 겪고 있는 C 콘텐츠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업체들 간 정보교환 결과 ETRI의 연구개발과제 중 10여개가 이미 중소 벤처들이 개발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인 과제”라고 말했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A·B사의 사례에 대해 “국책연구기관의 전략변화에 따른 민간기업 간 영역 충돌도 문제지만 향후 이 같은 중복기술개발 진행으로 인한 연구력 낭비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더 우려된다”고 말하고 있다.
◇‘실적주의 기관 운영’ 논란=콘텐츠 업계는 이번 건에 대해 실적위주로 전환한 정부 국책연구기관운영 방침 변경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는 “정부의 IT839를 통한 상용화기술연구 독려 분위기 그리고 연구기관의 연구 과제 선정 및 평가 시 기술이전 여부 등을 따지는 정책변화 등에 따라 국책기관도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상용화기술에 매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디지털콘텐츠 업계는 “ETRI가 국가적인 핵심과제를 수행했던 CDMA 개발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며 “벤처업체와 싸우기보다는 국책연구기관으로서 핵심 및 기반 기술 개발에 주력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ETRI, “개선 위해 노력”=이번 건의 시사점은 타 국책연구기관도 ETRI와 상황이 별로 다르지 않다는 데 있다.
ETRI 스스로도 민간업체와의 아이템 충돌 및 중복개발로 인한 연구력 낭비 우려에 대해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시각이다.
박석지 ETRI기획본부장은 “일부 선도기술개발 사업도 있지만 기관 전체예산의 대부분이 상용화를 위한 정보통신부의 수탁사업이나 신성장동력 사업이기 때문에 원천기술을 개발을 하고 싶어도 어려움이 많다”며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과기부와 정통부에 원천기술 개발과제를 제안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현재 응용과 원천 기술 개발이 9 대 1 정도의 비율인데, 이를 궁극적으로는 5 대 5 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ETRI 현안”이라고 덧붙였다.
박희범·권상희기자@전자신문, hbpark·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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