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전화가 보급된 지 한 세기가 조금 지났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유무선전화가 6000만대를 훌쩍 넘어 국민 1인당 1.3대의 전화를 사용하고 있고, 이제는 영상통화 시대가 됐으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30여년 전 시골에서 초·중학교를 다닐 때는 전화기 옆에 부착된 발전기를 돌려 교환원을 호출하는 공전식 전화기가 있었다. 도시에서도 전화 가입이 힘들어 전화국 주위에 2∼3일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 시절에는 가입비가 비쌌기 때문에 전화가 재산목록 1호였다. 그러다 1984년 차량전화서비스로 시작된 휴대전화가 상용화되면서 일상생활이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휴대폰으로 결제를 하고 게임도 하고 사진도 찍고 음악도 듣는 시대다. 그래서 지갑을 두고 오는 것보다 휴대폰을 놓고 왔을 때 더 불안한 마음을 갖게 되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제는 휴대폰이 없다는 것은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하게 됐다. 휴대폰이 청소년층까지 확산되면서 이른바 ‘엄지족’ ‘모티즌’ 등 신세대를 지칭하는 새로운 문화 코드가 등장했으며, 음악·영화·카메라·금융거래 등 다채로운 실생활을 휴대폰 하나로 해결하려는 풍속도도 생겨났다.
영상전화인 3G폰이 출시되면서 앞으로 생활이 어떻게 또 바뀔지 흥미롭다. 3G폰은 초고속 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영상통화는 물론이고 동영상을 원하는 시간에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3G폰이 공급되자 언제든지 영상으로 사랑을 속삭일 수 있어 연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공사감독은 현장에 가지 않고 공사 진도를 파악할 수 있고, 소비자는 시제품을 영상으로 보고 구매할 수 있게 됐다.
3G폰이 공급되자 일부 노래방이 도서관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는 재미난 이야기도 들려온다. 노래방에서 놀다 집에서 전화가 걸려오면 도서관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노래방 주인의 기특한(?) 배려다. 사용자 위치가 상대방에게 노출되는 3G폰 발신 배경화면을 사무실·도서관·운동장·길거리 등 필요한 화면으로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새로운 사업도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정말 전화가 ‘SHOW’를 하는 세상이 왔다.
◆고두환 KT남대구지사 기획팀장 doohwan@k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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