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카드 형태의 가입자인증모듈(USIM)을 기본 탑재하는 3G 시대가 열렸지만 정작 3G 가입자가 사용할 모바일뱅킹 서비스가 전무해 소비자만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은행과 이통사들의 해묵은 기 싸움에 밀려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받고 있는 것. 3G 상용화 4년, HSDPA 상용화 1년이 지나기까지 제자리걸음이다.
◇3G에는 모바일뱅킹이 없다=SK텔레콤은 2003년 12월 이후 지금까지 WCDMA폰 6종을 출시했지만 모바일 뱅킹을 지원하는 단말은 전무하다. KTF도 지난해부터 6종을 선보였지만 상황은 마찬가지다. 은행들과의 협상이 수년째 답보 상태기 때문이다. 2G에서 모바일뱅킹을 사용해온 사람이 3G로 전환할 대안이 없다. 그렇다고 모바일뱅킹을 지원하는 2G 휴대폰이 늘어난 것도 아니다. 이통3사가 올해 출시한 휴대폰 중 모바일 뱅킹을 지원하는 단말은 23.7%에 불과하다.
◇거꾸로 가는 은행=우리은행은 최근 SW방식(버추얼머신:VM)으로 모바일뱅킹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칩 기반의 모바일 뱅킹을 SW 방식으로 구현한 서비스다. USIM 시대에 SW 방식을 택한 것도 아이러니다. 내려받기 방식이라 대다수 휴대폰에서 쓸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보안이나 서비스 확장성에서는 칩에 뒤진다. 우리은행의 VM 서비스도 3G 가입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모네타·K머스 등 이통사의 금융 플랫폼을 탑재한 휴대폰에서만 내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른 은행들은 USIM 협상이 완료되기 전까지 3G 모바일뱅킹을 지원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3G 모바일 뱅킹 대안이 확대되길 기대하기 난망한 상황이다.
◇소비자가 최선의 답=USIM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도입하다보니 업계 간 이견이 발생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문제는 논의가 시작된 지 수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가입자 관리의 주도권을 놓고 싸운다면 앞으로도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USIM은 하나인데 결합해야 할 서비스는 수십종이다. 3G 기술은 국제 표준 기반 서비스다. 이미 비자·마스터 등의 카드사는 GSM협회나 각국 이통사와 손잡고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은행들의 주장처럼 USIM이 보안이나 가입자 관리에 취약점이 있다면 글로벌 카드사들이 USIM을 선택할 리 없다. 반면에 국내 은행과 이통사들이 앞서 표준을 만들면 이를 통해 해외시장에 나갈 기회를 가지게 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USIM 시대에 VM 서비스가 나오는 것이나 VM 서비스에 3G 가입자가 소외되는 것 모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해외 진출을 모색 중인 은행과 이통사 모두에게 USIM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협상에 임하는 시각을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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