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유럽속의 `IT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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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대표 구단인 \`첼시FC\`를 공식 후원하는 삼성전자.(왼쪽) 영국 최고급 헤롯 백화점에 입점한 LG전자의 \`LGi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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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유럽은 국내 IT업체에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간판 기업인 삼성과 LG전자가 유럽에 진출한 지 20여 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이다. LG전자는 87년 영국에 첫 법인을 설립하고 유럽 시장 공략에 포문을 열었다. 이 보다 몇 개월 앞서 삼성전자도 영국에 마케팅 거점을 마련했다. 삼성물산·대우·현대 등 상사 법인은 이미 70년대부터 유럽에 진출했지만 전자업체가 단독으로 유럽에 법인을 설립한 건 지금부터 약 20년 전이다. 당시 국내 IT산업은 태동기를 지나 점차 기술과 시장이 무르익는 시점이었다. 유럽과 국내 IT기업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유럽에 ‘IT코리아’를 알려라.

런던 해롯백화점. 이 곳은 유럽 부호들이 즐겨 찾는 가장 품위있는 백화점으로 명성이 높다. 명성만큼이나 입점도 쉽지 않다. 이곳에 입점한 브랜드는 즉각 ‘명품’ 대열에 올라선다. 해롯 명품관과 이어진 5번 게이트 쪽 에스컬레이터 입구에는 낯익은 브랜드 하나를 만날 수 있다. 바로 ‘LG’다. 국내 기업으로 첫 70평 규모의 첨단 IT전시관이 설치돼 있다. LG전자 영국법인 김민교 부장은 “유럽에서 국내 IT제품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그만큼 한국은 첨단 기술 국가로 유럽에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 덕택에 LG전자는 유럽 매출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괄목 성장했다. 유럽 전체로 지난해 LCD와 PDP 등 평판TV 매출은 전년 대비 106%나 늘었다. GSM 휴대폰은 무려 218%나 성장하는 등 분위기가 크게 고조된 상황이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지난해 HDTV 판매량에서 일본 소니와 네덜란드 필립스를 제치고 유럽 1위에 올라섰다. 2004년 유럽에서 1650만대가 팔린 휴대폰도 지난해에는 2840만대를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 삼성 유럽 전체의 매출 규모도 10년 전 46억달러에서 지난해 240억달러를 기록했다.

# 영국을 공략해라.

LG전자는 올 초 유럽 총괄법인을 네덜란드에서 영국으로 옮겼다. 그만큼 유럽에서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LG뿐 아니라 주요 글로벌 기업의 유럽 본부는 대부분 영국에 있다. 영국에는 이미 삼성과 LG전자의 유럽 본부가 설립돼 있다. 또 유럽 지역에서 가장 많은 20여 개 국내 IT기업이 진출해 있다.

사실 영국은 EU 소속이지만 좀 불편할 정도로 독특하다. 먼저 물가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만큼 다른 지역보다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유럽 단일화폐인 유로화도 사용할 수도 없다. 2차산업 비중이 25% 정도에 불과해 제조업이 사실상 무너진 상태다.

그럼에도 영국이 유럽 거점으로 부상한 데는 상징성 때문이다. 영국은 유럽 금융의 허브다. 외국인 투자 규모도 지난해 프랑스의 세 배가 넘었다. 영어가 통용될 뿐 아니라 영업시간 제한 등 경제활동 규제도 거의 없다. 게다가 보수적으로 알려진 유럽에서 새로운 것에 가장 민감한 지역이다. 삼성전자 박준호 차장은 “영국은 유럽 전체의 IT제품 시험 무대(테스트 마켓)”라며 “영국에서 통하면 유럽 전체, 나아가 미국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마케팅에 ‘문화’를 입혀라.

국내 기업이 유럽에서 브랜드 명성을 올린 데는 문화를 기반한 현지 마케팅이 크게 기여했다. 대표 사례가 삼성전자의 ‘첼시’ 구단 후원이다. 삼성은 2005년 5월 첼시와 후원 계약을 맺었다. ‘첼시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유럽에서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생활이자 문화이기 때문이다. 삼성이 첼시에 투자하는 돈은 연간 2000만달러에 달하지만 매년 6500만달러 이상의 광고 효과를 얻고 있다. 영국에서 삼성 인지도는 첼시 후원 전인 2004년 27.5%였지만 지난해 47.9%까지 높아졌다. LG전자도 포뮬러1· 크리켓과 같은 대표 스포츠 종목을 후원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꾸준하게 올려 나가고 있다. 휴맥스도 디지털로 전환하는 추세에 맞춰 셋톱박스를 대표 제품으로 유럽 시장에 안착했다. 휴맥스는 유럽에서 올해 4억달러에 이어 2010년 10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이파크런던 최승우 소장은 “유럽은 기술과 상품 이외에 문화라는 코드를 이해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시장이자, 쉬우면서도 어려운 시장”이라고 말했다.

런던(영국)=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거대 경제 공동체 EU

 유럽은 우리에게 정서적으로 상당히 먼 지역이다. 당연히 문화도 이질감을 느낄 정도로 차이가 있다. 중국·일본에 비해 지리적으로 가깝지도 않다. 미국과 견주면 경제와 정치적으로도 한참 멀다.

하지만 유럽은 이미 미국에 맞먹을 정도로 무시할 수 없는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다. EU 회원국만 해도 27개국에 달한다. 전체 국민은 4억9000만명으로, 중국·인도·러시아 다음이다. 27개국 면적으로 따지면 420만여㎢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다.

지난달 통합 50주년을 맞은 EU는 우리의 다음 FTA 대상 지역으로 부상할 정도로 중요도가 높아졌다. 유럽 입장에서도 한국은 미국·중국·일본 다음으로 제일 큰 교역 대상국이다. 지난해 유럽이 우리나라에 투자한 규모는 미국 이상이다. EU 신규 회원국을 중심으로 투자를 포함한 교역 협상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유럽은 특히 국내 IT기업이 반드시 넘어야 하는 해외 시장이자 글로벌 경영을 위한 거점으로 위상이 바뀌었다. 서유럽은 마케팅 거점으로, 동유럽은 생산 거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또 북미에 이어 휴대폰·LCD·반도체 등 주력 IT품목의 최대 소비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은 우리에게 중요한 파트너가 되었으며 경제적으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가까이 와 있다. EU는 IT기업의 선진화와 글로벌화를 위한 거점이자 지표로 부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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