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기자의 피츠버그 통신]DRM 없는 음악 서비스 국내서 20개월 먼저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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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애플 CEO(왼쪽)와 에릭 니콜리 EMI CEO가 지난 2일 런던에서 DRM을 없앤 프리미엄 음악 상품을 발표하면서 시종일관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주 전 세계 디지털콘텐츠 업계를 뜨겁게 달군 소식은 단연 EMI의 DRM 없는 음악 공급이다. 에릭 니콜리 EMI CEO와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2일(현지시각)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달 아이튠스를 통해 DRM이 없고 음질이 향상된 프리미엄 음악 상품을 기존보다 30센트 비싼 가격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발표 직후 많은 해외 웹 커뮤니티들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음질 좋고 DRM 없는 프리미엄 상품’의 구매 의향이 50% 대에 이르렀다. 모두 실제 구매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구매욕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은 사실이다.

EMI와 애플의 시도는 전체 시장을 놓고 볼 때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기자에게 이 소식이 우리 현실과 맞물려 진한 아쉬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우리에게 DRM 없는 음악 판매 소식은 전혀 새롭지 않다. 이미 2005년 8월부터 쥬크온을 필두로 벅스와 뮤즈, 맥스MP3(현 엠넷닷컴) 등 많은 음악 서비스들이 DRM 없는 음악을 판매 중이다. 아이튠스처럼 DRM이 없다는 이유로 돈을 더 내지도 않는다. 1년 8개월 전 우리는 이미 EMI-애플보다 훨씬 더 소비자 지향적인 상품을 선보인 셈이다.

그로부터 4개월 후 기자는 ‘DRM 없는 MP3 판매가 시장 변화 이끈다’는 기사를 썼다. 솔직히 당시 눈에 보이는 판매 증진 효과는 없었지만 더 많은 음원 권리자의 동참을 바라며 쓴 기사였다. 애석하게도 그 후 DRM 없는 음악이 성과를 거뒀다는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지금도 우리 디지털음악 시장은 제자리 걸음이다.

미국과의 시장 규모나 소비자 인식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당시 우리 디지털음악 업계의 시도가 허무하게 묻힐 만한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몇 개월 후 EMI와 애플이 ‘DRM 없는 음악 판매 증진’이라는 보도자료를 낸다면 속이 매우 쓰릴 것 같다.

“음악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CD에 DRM이 없는데 디지털음악에만 DRM을 씌울 이유가 없다”는 스티브 잡스의 발언에 소비자들은 환호하고 있다. 디지털음악 시장을 좌우하는 그의 모습에 부러움을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도가 전혀 먹히지 않는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며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진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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