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100만권 분량의 책을 저장할 수 있다는 테라바이트 스토리지도 모자라요.”
대용량의 데이터를 다루는 것으로 ‘바닥’ 업계서 소문난 마니아 3명.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개인도 테라바이트(TB) 데이터를 활용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단언했다.
영상편집 전문가 케빈 박(본명 박병욕) 씨가 다루는 데이터양은 4TB, 의사 이성묵 씨는 무려 9TB 데이터를 축적했다. 예비 취업생 박기범 씨도 4TB의 데이터를 갖고 있으나 데이터가 쌓이면서 증설을 고려하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1테라바이트는 기업에서나 얘기되는 데이터 용량 단위였고 구축하는데 드는 스토리지 비용도 수천만원에서 억대를 호가했었다
◇“1만장 CD·DVD 눈물 머금고 버려”=이들은 어떻게 이렇게 많은 데이터를 갖게 됐을까.
이성묵 씨는 다큐멘터리 자료 매니아다. 데이터 양이 갈수록 늘어나자 수년동안 모아온 CD와 DVD 1만장을 버리고 테라급 스토리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자료 관리가 도저히 불가능해 ‘미디어 업그레이드’와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을 한 셈이다. 이 씨는 “사실 형이 CD 제조업체에서 일하기 때문에 공CD를 손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늘어나는 데이터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스토리지 시스템을 구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케빅 박 씨는 중고등학교 교사와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영상편집 교육과정과 쇼핑몰 개설 과정을 강의하고 틈틈이 온라인을 통해 선교활동도 한다. 박 씨는 “2시간짜리 영상자료를 편집하는 데 1테라바이트 스토리지는 필요하다”면서 “요즘 초고화질 영상 자료 1편을 저장하는데도 1TB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박기범 씨는 소위 말하는 ‘미드(미국 드라마) 마니아’다. 에미넘쇼라는 필명으로도 유명한 그는 온라인으로 미국 드라마까페(http://cafe.folderplus.com/eminemshow)도 운영한다. 박 씨는 “드라마물은 시리즈이기 때문에 영화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많은 저장공간을 필요로 한다”면서 “최근에는 일본 드라마까지 섭렵하다 보니 다루는 데이터 양은 더 늘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데이터 관리하는 요령도 다양=데이터가 늘어나자 저장 매체에 대한 관심도 커지기 마련이다. 3명 모두 CD나 DVD 대신 250기가바이트 HDD를 꽂을 수 있는 스토리지 시스템을 쓴다.
이성묵 씨가 선택한 스토리지는 국내 벤처업체 콜로써스가 개발한 ‘터렛’.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주머니 사정에 관계없이 용량 확대하기에 좋다는 점이 선택 이유로 꼽혔다.
케빈 박씨는 대만산 제품을 국내 실정에 맞게 바꾼 블록시스템즈의 NAS 웹서버 스토리지를 쓴다. “영상 편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용량,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컴퓨터와 스토리지와의 통신 속도”라면서 “이 제품은 초당 300바이트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기범 씨가 구매한 스토리지는 이위더스의 ‘테라스테이션’으로 일본산 제품이다. 사실 기업 내 부서 단위로 많이 쓰는 소형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제품이다. 박 씨는 “용량도 중요하지만 성능도 중요해 기업용 제품을 선택했다”면서 “이미 2대나 샀지만, 조마간 1대를 더 살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가가호호 영상 편집실 생긴다=마니아들은 앞으로 개인 컴퓨터 환경이 어떻게 변할 것으로 생각할까.
박기범 씨는 “3∼4TB의 스토리지 쓰는 제 모습이 마니아처럼 보이겠지만, 3년 뒤에는 모든 사람들이 이 정도 규모의 스토리지를 쓰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단언했다.
케빈 박씨는 “요즘 노트북 성능이 좋아져 영상 편집하는데도 손색이 없다”면서 “개인 편집실, 움직이는 편집실 시대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광가입자망(FTTF) 인터넷 서비스가 본격화하면 다운로드는 물론 업로드 속도도 빨라지기 때문에 개인 서버 호스팅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 “조만간 중소기업들도 굳이 인터넷 데이터센터(IDC)에서 웹호스팅 서비스를 받지 않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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