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바뀌지 않는 것은 죄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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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대 성군들은 종종 민가로 잠행을 나가 장터와 주막에서 백성들이 나누는 대화를 엿들으며 민심을 파악했고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는 현장에서 고객의 소리를 듣고 이를 경영에 반영해 혁신과 개선을 이루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21세기 기업의 최대 화두는 혁신과 성장이다. 20세기의 눈부신 정보기술(IT)은 수많은 기업에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 주었지만 IT거품 붕괴에서 비롯된 경제침체로 인하여 혁신을 통해 착실하게 성장의 기반을 다져온 기업과 경기를 탓하며 현실에 안주해온 기업 사이에 더 큰 발전의 격차를 가져왔다. 오늘날의 기업들은 끊임없는 혁신과 개선을 요구받고 있다. 이젠 기업의 혁신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환경이라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벨트 위에서 떨어지지 않고 단지 제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달려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업의 혁신이 일정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경영층의 관심과 열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경영층이 주도하는 혁신운동은 한계가 있다. 경영층이 계속 혁신활동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결국 관리와 통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성공적인 혁신활동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현장에 있는 구성원들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장 구성원들은 이미 업무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업무개선 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현장 구성원들이 혁신 과정에 참여하게 되면 구성원 스스로 혁신방법을 모색하고 실행하는 데 관심을 갖게 돼 성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애플·구글·3M·도요타·마이크로소프트. 미국의 경제전문 주간지인 비즈니스위크가 발표한 2006년 글로벌 혁신기업 톱5로 선정된 기업들이다. 이들 혁신기업의 대표적인 특징은 바로 기술혁신뿐 아니라 전방위적인 프로세스 혁신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사업방식의 근본을 바꾸고 고객이 열광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15%룰로 유명한 3M. 3M의 15%룰이란 근무시간의 15%를 새로운 아이디어 및 제품 개발에 힘쓰도록 한 것을 말한다. 3M은 혁신의 체질화에 중점을 두고 전 종업원의 끊임없는 개선활동을 일상화하고 있다. 3M의 매년 매출액의 30%를 신제품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혁신경영을 준비하는 많은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톱5에는 들지 못했지만 유명한 커피 프랜차이즈점 스타벅스의 사장은 전 세계 매장 중 1년에 25개의 매장을 수행원도 없이 직접 돌아다니며 매장 실태를 파악한다고 한다. 결국 현장의 개선점을 찾아내어 경영혁신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벅스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커피전문점이라는 개념을 넘어 음악·영화 등 다양한 파트너와 제휴해 새로운 제3의 문화공간으로서 탈바꿈하고 있는 것도 새로운 기업혁신의 성공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최고의 생산성과 원가경쟁력을 자랑하며 혁신의 대명사로 불려온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 도요타의 오쿠다 히로시 전 회장은 ‘바꾸지 않는 것, 바뀌지 않는 것은 죄악’이라고 주장하며 그것은 ‘가장 나쁜 것이다’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이것은 기업현장에서의 끊임없는 변화와 개선을 통한 기업혁신이 21세기 기업경영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21세기 기업의 경쟁우위는 그 기업이 얼마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는지 그리고 그 변화를 적극 수용해 현장을 개선하는지에 달려 있다.

 기업의 조직은 생물의 진화모습과 비슷하다. 생물은 개체를 변이시키면서 자연환경의 변화에 적응해 왔다. 진화는 극심한 생존경쟁 속에서 종을 보존하기 위한 생물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진화하고 개선하지 않으면 살아나갈 수 없는 것이다.

◆안경수 日 후지쯔 亞太 총대표·한국후지쯔 회장 ksahn@fujits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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