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경협에도 멀티플레이어 배출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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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북한 태권도 시범단을 한국에 초청해 시범행사를 개최하는 것을 준비 중이다. 북한 태권도 시범단과 함께 북한 IOC 위원이면서 국제태권도연맹 총재인 장웅 IOC 위원이 북한 태권도 시범단과 함께 방문하게 된다. 장 위원은 지난 2003년 8월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참석한 이후 3년 8개월 만에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장 위원은 현재 우리 스포츠계 최대 현안인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이번 방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 태권도 시범단 초청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데, 상당수가 “어떻게 대북 IT 전문가가 체육행사를 하게 됐느냐”고 묻는다. IT 분야와 태권도 시범단 행사가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일반적인 범위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북한과 사업을 하다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대북사업의 특수한 상황이 그것을 가능케 한다.

 대북사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창구가 일원화돼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어떠한 분야의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북한의 민경협 또는 민화협이라는 조직을 통해 북측과 접촉하는 게 일반적이다. 민경련이나 민화협이 직접적인 사업을 담당하는 주체는 아니더라도 실제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과의 가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업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기본적으로 민경협은 경제 분야를, 민화협은 경제외적인 분야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북한 담당자들도 그 나름대로 자기 분야가 있기는 하지만 한 조직 내에서 여러 가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교류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IT 분야의 민화협 관계자를 만나서 논의하더라도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하는 게 가능하다. 반대로 민화협 등 북측도 대북사업을 수행하는 다양한 사람에게 그들의 분야와 관계가 밀접하지 않더라도 여러 가지 제안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남북협력의 독특한 구조 때문에 남북 간 교류가 양적인 측면에서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서로 의중을 드러내놓고 얘기할 수 있는 단체나 개인이 그리 많지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 협력사업 등 여러 가지 일을 협의하고 그들을 매개로 관련 분야가 연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다른 사업도 마찬가지겠지만 대북사업에서 상호 신뢰는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일단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 창구가 형성되면 그 창구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논의가 가능해진다. 태권도 시범단 초청행사도 이와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지난해 평양에서 국제 무도대회가 열렸다. 남측은 씨름과 태권도 종목에 참가하기로 하고 북한과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못해 최종적으로 성사되지는 않았다. 이 과정에서 유니코텍이라는 회사와 나에 대해 북한의 체육 관련자들이 인식하게 됐고, 북한 태권도 시범단 초청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나는 북한과의 IT 교류에 대해서 더 큰 애정을 갖고 있다. 남북 간 IT 교류는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IT 교류가 매우 필요하다고 본다. 또 북한과의 교류사업을 더욱 체계적으로 그리고 계획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남북IT교류협력본부를 창립하고 본격적인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요즘은 한 가지만 잘하는 사람보다 멀티플레이어를 선호한다. 물론 이견도 있겠지만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면서 요구사항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대북사업도 마찬가지다. 다수의 멀티플레이어가 배출돼 대북사업에서 더욱 큰 역할을 해야 한다. 멀티플레이어가 많이 나와야 남북경협도 잘 풀려나갈 것이다.

◆유완영 유니코텍코리아 회장 jamesu6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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