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제2의 이통신화 기대되는 `RFID/USN`

Photo Image

세계 최초로 전자태그(RFID)를 도입한 월마트가 최근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상위 납품업체 600개에 부착을 의무화한다는 계획을 발표, 사실상 모든 납품업체에 전자태그 사용을 의무화했다. 또 늦어도 4월쯤에는 미국 내 5개 거점 물류센터와 1000개 매장까지 이 조치를 확대키로 했다. 내년까지는 미국 전 매장에, 2009년부터는 전 세계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월마트가 공격적인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면 전자태그 보급은 급속히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월마트는 미국 내 4300여 매장을 포함해 전 세계에 7000여 매장을 보유한 유통 업계의 공룡이다. 지난해 말까지 전자태그 시스템을 갖춘 매장은 750여개 수준이었다. 실제 월마트는 매장에 전자태그를 도입한 이후 재고 품절률 약 20%와 과잉 주문 15%가량을 줄이는 효과를 올렸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모든 항공화물에 전자태그를 부착하는 방안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주도로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도 도입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 중인 승용차 요일제에도 전자태그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요일제를 신청한 자동차에 전자칩이 내장된 태그를 부착, 특정요일에 운행하지 않으면 자동차세와 혼잡통행료를 감면해 준다. 현재 전체 서울시 자동차의 30%가량이 전자태그를 달고 운행 중이다.

 전자태그와 함께 미래 차세대 핵심기술로 인정받고 있는 유비쿼터스센서네트워크(USN)의 활약상도 이에 못지않다. USN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센서를 부착, 네트워크를 통해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현장정보를 구할 수 있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휴전선에서 경계근무하는 병사 대신 이 시스템을 구축해두면 주변의 온도·진동·소리 등 정보를 센서가 수집해 지휘실로 전송하므로 현장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휴전선 무인감시체계에 이 기술을 도입해 병사들의 경계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이처럼 첨단 기술로만 여겨졌던 RFID/USN이 우리 생활 속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전자태그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에일리언테크놀로지가 한국에 아시아태평양 본부인 에일리언테크놀로지아시아를 설립했다. 인천 송도에 건립 중인 u-IT클러스터에 1000만달러를 투자하고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지난 94년 설립된 에일리언은 세계 전자태그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이 분야 선두기업이다. 월마트에 전자태그 시스템을 구축한 곳도 바로 이 회사다. 내가 정통부 재직 시절 미래 성장산업 연구프로젝트를 맡은 매킨지컨설팅이 권고한 것이 몇 가지 있었다. 그중 하나가 RFID/USN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그 산업을 이끌어 갈 핵심 입주기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때 강력히 추천한 기업이 바로 에일리언테크놀로지였다.

 에버 하트 에일리언테크놀로지 사장은 한국을 아시아 수출의 전략기지로 삼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우리 정부가 송도에 u-IT클러스터를 구축하려고 하는 것도 이 지역을 아시아 지역의 RFID/USN산업을 리딩하는 u-IT 허브로 만들고자하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다.

 현재 RFID/USN 분야는 기술의 검증단계를 넘어 시장형성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다. 전자태그는 미래 유비쿼터스 사회의 핵심이며 사회경제적 기본인프라로서 국방·물류·교통·농수산 등 국가 사회 전 분야에서 업무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절감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RFID/USN은 이동통신 산업을 능가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산업 파급효과를 갖고 있다.

 문득 90년대 우리나라와 CDMA 이동통신 기술을 공동개발했던 퀄컴이 생각난다. 퀄컴이란 벤처기업과의 파트너십이 오늘날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의 휴대폰 강국으로 도약시킨 원동력이 됐다. RFID/USN은 이동통신 산업 못지않은 잠재력과 성장성을 보유하고 있는 신천지나 다름없다.

 CDMA 서비스를 시작할 때 누가 지금의 대성공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에일리언테크놀로지와의 이번 제휴로 RFID/USN 분야에서 제2의 이동통신 신화가 창조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창곤 한국정보사회진흥원장 ckkim@nia.or.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