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발언, 삼성 생활가전사업 `불똥`

이건희 삼성 회장이 9일 밝힌 ‘주력 산업 수익률 하락에 따른 한국 경제 위기 경고’가 올해 ‘적자 탈출’을 목표로 마지막 스퍼트를 올리고 있는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으로 불똥이 튀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2007 투명사회협약 보고대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냉장고·세탁기 등 생활가전사업은) 한국에서 할 만한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내수는 모르겠지만 수출은 아니다”라며 “개도국에 넘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올해가 수익성 확보의 마지노선인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의 사업 방향에 방점을 찍은 것이나 다름 없다. 내수용 백색가전 제품의 생산은 국내에서 해도 수익이 남지만 수출용 제품을 한국에서 생산하는 것은 수지가 맞지 않으니 그만두자는 지적으로도 들린다.

삼성전자측은 이에 대해 “생활가전사업을 중단하자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연구개발(R&D) 등 고부가가치 활동은 국내에서, 수출용 제품 생산은 해외 현지로 순차적으로 이전함으로써 적자 탈출을 실현해야 한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중저가 제품의 생산기지를 인건비가 저렴한 멕시코·태국·인도·말레이시아·중국 등 5개 개발도상국으로 옮겨 6개의 현지 공장을 설립했다. 이들 공장에서는 전자레인지, 창문형 에어컨 등 중저가 제품을 생산, 현지 수요에 대응하고 인근 지역 수출도 병행하고 있다. 광주공장에서는 내수용 제품과 유럽과 미국에 수출하는 양문형 냉장고, 드럼 세탁기 등 프리미엄 제품을 생산중이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고위 관계자는 “인건비·물류비 등을 고려해 올해 러시아에 추가로 현지 생산공장을 설립하고 유럽 1개 국가도 검토중”이라면서도 “내수 생산기반이 없이 해외 공장으로만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이번 발언이 당장 생활가전사업 철수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사업구조 손질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 등 주력 업종에 대한 수익률 챙기기와 전그룹 차원에서 신수종 사업 발굴에 대한 밑그림 마련에 고삐를 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 회장은 새 사업 구상을 위해 이달말 출국, 독일·프랑스 등 유럽 현지법인을 둘러본 뒤 내달 23∼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국제 스포츠 행사에 참석한 뒤 귀국할 예정이다.

정지연·김유경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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