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기를 좋아하는 기자에게 신문과 함께 오는 전자제품 광고 전단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그런데 지난 주말 한 사무용품 매장 광고에 실린 HP프린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꽤 비싸 보이는 복합기 가격이 단지 199달러 99센트. 2년 전 출시됐지만 여전히 국내 인터넷 최저가가 51만원 선이고 이곳 가격도 300달러 대에 형성된 모델이다. 다른 업체의 프린터도 최대 50달러씩 가격이 내려갔다.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쇼핑 대목도 아닌지라 의아해 하던 중에 한 달 전 기사가 떠올랐다. 디지털 시대에 적응 못하고 쇠락해온 필름 산업의 강자 이스트먼 코닥이 3월부터 잉크젯 프린터 시장에 진출한다는 내용이다. 무엇보다 잉크 카트리지를 경쟁사 반값에 공급하겠다는 발표로 관심을 끌었다.
프린터는 싸게 팔되 소모품인 잉크를 비싸게 팔아 수익을 내는 것은 프린터 업계의 일반적인 사업 모델이다. 그러나 ‘올림픽 규격 수영장을 잉크로 채우려면 59억 달러(5조 5000여억원)가 든다’는 웃지 못할 분석까지 나올 정도로 ‘비싼 잉크’는 대표적인 소비자 불만 사항이었다. 반면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었다. 프린터 업체는 값싼 재활용 잉크를 사용한 프린터 고장을 책임지지도 않았다. 또 재활용 잉크 제조사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는지를 조사하는 전담팀을 만들어 대응했다.
때문에 코닥의 ‘저렴한 잉크’ 전략은 일단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코닥은 3년간의 집중 개발로 인쇄 품질은 향상시키고 잉크 카트리지 제작단가도 크게 낮췄다고 자신했다. 단순히 ‘저가 전략’으로 화제를 모으려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번 사업에 회사의 사활을 걸었다는 점 역시 신뢰를 걸어볼 만한 대목이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일단 기존 프린터 시장의 불합리함을 깨뜨릴 수도 있는 그들의 도전에 분명 박수를 보낼 일이다. 추측건대 최근 기존 프린터 업체의 가격 인하 공세 역시 혹시라도 코닥 프린터가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기 전에 자사 프린터를 가정에 많이 보급하겠다는 대응 전략의 일환이 아닐까. 소비자는 이미 ‘코닥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코닥 제품 출시 후 잉크 가격이 전반적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크다. 모쪼록 코닥이 실제로 돌풍을 일으켜 그 혜택을 소비자가 고루 가져가길 바란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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