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중국 팹리스 성장 산실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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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 IC 설계 산업화 기지의 모습, 건물이 층당 700평 정도 되는 5층 건물 8개로 구성됐다. 창업보육센터와 신생 업체를 위한 장비 등을 갖추고 있으며, 공간이 모자라 건너편에는 같은 규모의 건물들을 또 짓는 중이다.

수백 개의 IT 관련 제품의 생산 공장이 있는 중국의 선전 경제 특구. 더이상 생산 중심 도시이기를 거부하는 선전에서는 IT 핵심 기술 개발의 특명을 받은 반도체 설계전문(팹리스) 업체들의 성장 또한 눈부시다. 중국 팹리스 업체들이 탄생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약 5∼6년 가량 늦다. 아직은 규모나 기술력 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 팹리스에 뒤쳐져 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지만, 풍부한 인재와 왕성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한 이들의 저력은 무섭기만 하다. 신생 팹리스 업체들이 모여있는 선전 IC 설계 산업화 기지를 방문했다. 선전 IC 설계 산업화 기지는 TCL을 비롯한 주요 IT 관련 기업의 본사가 밀집된 곳과 차로 불과 5분 거리에 위치한다. 주변에는 베이징 대학 등 분교의 연구소도 위치해있어 연계도 활발하다.

 ◇선전 IC 설계 산업화 기지에 들어서면=산업화 기지에 들어서면 과연 이곳이 창업 보육을 위한 곳인가라는 의심이 들 만큼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주요 팹리스와 반도체설계자산(IP) 전문업체, 소프트웨어 업체, 파운드리 업체들의 기술지원 사무소 등이 밀집된 이곳은 한 층당 700평 규모의 5층 건물 8동으로 구성됐다. 사무실 면적만 무려 3만평 가까이 된다. 그러나, 이것으로 모자라 바로 길건너에는 이 곳 단지와 똑같은 규모의 단지를 또 짓고 있다.

 국가기관으로부터 간단한 인증만 받으면 이곳 보육 센터에 들어올 수 있다. 팹리스 업체들이 이곳에 들어오면 팹리스 지원을 맡고 있는 선전IC 디자인산업센터(선전ICC)의 지원을 받고 장비 등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선전ICC는 반도체 연구개발을 위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것을 목적으로 EDA 툴 지원·MPW 서비스·IP 개발과 서비스·테스트 장비 지원·교육 등의 사업을 하고 있으며, 2003년 선전시가 1억5000만위안(약 200억원)을 투자해 만들었다.

 저우성링 선전ICC 부센터장은 “중국 팹리스 뿐 아니라 기술협력을 위해 외국기업도 많이 들어와 있다”라며 “기술을 개발할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선전시에는 약 100여 개의 팹리스 업체들이 글로벌 팹리스 탄생을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며, 이 중 32개 업체가 이 산업화기지에서 창업보육 지원을 받고 있다.

 ◇중국의 팹리스, 차세대 주자로 떠오른다=2005년 나스닥에 상장한 중국 팹리스 브이아이마이크로는 1999년 실리콘밸리 출신의 엔지니어 덩중한(39)이 중국 신식사업부의 투자(1000만위안, 약 13억원)를 받아 설립했다. 브이아이마이크로는 PC 카메라 프로세서로 세계 시장 60%를 장악해 중국은 덩중한 회장을 ‘자주 기술로 세계 시장을 휩쓴 인물’로 선정할 정도다.

 이를 본받아 선전시는 유학생을 위한 창업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선전IC디자인산업센터도 장비나 툴 활용에 있어 이들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에 힘입어 최근 선전시에는 16개의 업체가 유학생들의 주축으로 태어났다. 선전시는 제2, 제3의 브이아이마이크로를 만들기 위해 반도체 업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전체 팹리스 규모도 무시할 수 없다. 홍콩을 제외하고 중국 본토에는 약 460여 개의 팹리스 업체가 존재하며, 이 중 100여 개 업체가 선전에 위치해있다. 100개 업체의 지난 해 총 매출액은 약 40억위안(약 5200억원)이며, 1000억원 대의 기업도 나온 상황이다.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약 30% 정도이지만, 100%를 넘어서는 기업도 수십 개가 넘는다. 선전 주변의 주장강 삼각주를 합치면 중국에서 가장 큰 팹리스 산업 규모를 갖고 있다. 이들이 무섭게 성장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선전이 휴대폰과 디지털TV, MP3 등의 IT 제품 생산 기지인데다, 현지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이들 기업들의 제품을 구매하며 협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전ICC와 교류사업을 진행 중인 ITSoC협회의 황종범 사무총장은 “아직은 우리나라를 넘어서는 수준이 못된다”라면서도 “구매 파워와 인력을 바탕으로 한 성장 때문에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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