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국가브랜드와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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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해외여행에서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는 질문에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외국인들은 ‘6.25로 폐허가 된 나라’ 정도로 인식했다. 한국에 대해 잘 안다는 부류라야 ‘극동에서 무섭게 발전하고 있는 작은 나라’로 이해하는 정도였다. 1980년대 후반까지 냉전체제에서는 외국인에게 같은 대답을 하면 두 번째 질문은 틀림없이 “남쪽이냐, 북쪽이냐?”로 이어졌다.

 그러나 요즘 해외에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IT의 나라, 자동차의 나라”라며 반색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인도에서는 ‘상트로 브라이드’라는 용어가 유행한다고 한다. 현대자동차가 만든 소형차인 상트로 열쇠를 혼수로 지참하는 것이 젊은 신부들의 소망이 된 것이다. 베트남 총각들에게 우리가 만든 휴대폰은 여성의 인기를 얻는 첫 번째 소지품으로 등장했다. 달라진 한국의 위상이 여실히 확인되는 대목이다.

 이러한 위상변화를 끌어낸 힘은 여러 가지다. 서울 올림픽 개최와 월드컵이 대표적이다. 좀더 살펴보면 세계 시장 구석구석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명성을 쌓은 우리 기업의 수출이 국가브랜드를 바꿔놓은 원동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연간 265만대의 자동차가 세계 195개국에 수출되다 보니 어느 나라에 가든 우리 자동차를 만나는 일은 신기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만든 2억여개의 휴대폰이 매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카타르에서는 얼마 전 40여척의 LNG 선박을 발주했는데 국내 조선업계가 이를 독차지했다. 자연스레 한국은 자동차의 고장, 조선 강국, 휴대폰 종주국, IT 선진국으로 이미지가 각인되고 있다. 여기까지 큰 역할을 한 것은 기업들이다. 필립스가 네덜란드를, 노키아가 핀란드를 IT국가로 인식시켰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코리아의 위상을 바꿔놓은 자랑스러운 기업들이 있다.

 올해는 우리나라 수출이 지난해 3000억달러를 달성한 것을 바탕으로 무역 1조달러를 향해 새로운 출발을 하는 해다. 하지만 앞으로의 수출여건이 만만찮다. 우리 인건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군에 속한다. 서울의 소비자물가는 도쿄를 제치고 아시아 1위로 올라섰다고 한다. 게다가 중국·일본을 비롯한 경쟁국의 발 빠른 움직임을 보면 ‘앞으로 20년’은 물론이거니와 당장 4, 5년 우리 무역이 가야 할 길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브랜드 제고는 이러한 수출여건을 극복하는 열쇠로서 의미를 지닌다. 수출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국가브랜드가 높을수록 수출가격도 더 받고 고정거래처 확보가 쉬워진다. 특히 자체 브랜드가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에 국가브랜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인프라라 할 정도로 그 역할이 크다. 무역협회가 지난해 말 1000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출산업 실태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가이미지가 좋은 편이거나 매우 좋다고 응답한 비율이 72.2%, 수출에 다소 또는 매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3.5%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할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무역의 압축성장에 비해 국가홍보와 이미지 구축작업은 뒤져 있다. 따라서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데 정부·기업·국민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최근 한류(韓流)는 수출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효과가 크므로 이를 붐업시킬 필요가 있다. 한미 FTA의 성공적인 타결,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와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는 국가브랜드 향상에 좋은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데 공신역할을 해온 우리 기업들이 세계로 더욱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하고 이런 기업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다.

◆이희범 한국무역협회장 heebl@kit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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