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잡으면 결코 놓으려 하지 않는, 집착에 가까운 성격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석·박사도 아닌 학사학위 논문(지도교수 김대영)을 세계적인 화학분야 학술지인 ‘테트라헤드론 레터(TL)’에 실어 화제를 모은 순천향대 응용과학부 강영구씨(27)는 “지난 10개월간 실험실과 집만 오가며 살다시피 했지만 모두 스스로 좋아서 한 일”이라며 그동안의 실험실 생활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올해 순천향대 화학분야 석사과정에 진학한 강 씨는 이 논문으로 교육인적자원부가 수여하는 ‘21세기를 이끌 우수 인재상’을 지난 달 수상했다. 열흘 전 열린 학부 졸업식에서는 대학 측으로부터 ‘공로상’까지 받았다.
강 씨의 대학 졸업 평점은 4.19로 우수한 편에 속하지만 최고는 아니다. 취미도 게임이나 만화를 즐겨보는 보통 젊은이다. 초, 중, 고교 시절 반장 한번 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특유의 친화력이 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100번 정도 실험하면 1∼2개 성공합니다. 이번에 상받은 ‘케토 에스터의 촉매 비대칭 아민화 반응’에 관한 논문도 실험실에서 잠 자가며 과정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혼자 한 것이 아니라 실험실 학생 모두가 한 마음이 돼 일궈낸 결과라고 봅니다.”
강 씨는 제1 저자로 오른 이 논문에서 신약의 원료인 착화합물을 만들 때 생기는 독성물질을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광화학 촉매 이용법을 제시해 제시해 신약 합성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학 때 배우는 것은 모두 쌓이지만 나이 30이 넘어가고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 그동안 쌓아 놓은 것을 쓰는 일이라고 강조하는 지도교수님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는 강 씨는 “앞으로도 취업보다는 연구하는 일에 온 힘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기 때문에 아직은 벤처 창업에 관심이 없습니다. 특허 출원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 않아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받은 상금 200만 원도 통장에 들어왔는지 확인도 하지 않았다는 강 씨는 ‘돈’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강씨는 단지 “향후 석사과정을 무사히 끝내는 것이 목표”라며 소박한 꿈을 드러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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