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기자의 피츠버그 통신]하루종일 게임하고 월급 신이 내린 직장 `ES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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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최대 강국인 미국에서도 등급 분류 갈등은 있다. 과도한 성 묘사로 ESRB 등급 분류 체계에 대한 비난을 촉발했던 게임 ‘GTA:샌 안드레아스’

하루종일 게임만 하고 월급까지 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북미 지역 비디오게임 자율심의기구인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등급위원회(ESRB)가 비상근인 현행 등급위원 업무 형태를 4월부터 상근으로 바꿔나갈 계획이어서 눈길을 끈다.

 ESRB는 최근 부모 대상 게임 정보 사이트인 게이머대드(GamerDad.com)에 광고를 게재하고 등급위원 공개모집에 나섰다. 위원이 되려면 △아이들을 잘 알고 △비디오 게임에 관심이 있으며 △훌륭한 의사소통 능력을 갖춰야 한다. 부모이면서 동시에 비디오 게이머인 사람을 우대한다고도 명시했다.

 그동안 ESRB는 인력과 시간 부족을 이유로 업체가 제공한 자료에 의거해 등급을 부여해왔다. 허위가 발각되면 최대 100만달러의 벌금이 부과되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게임을 심의하는 업무 특성상 실수는 있게 마련. 실제로 2005년 ‘GTA: 샌 안드레아스’가 과도한 성적묘사의 뒤늦은 발견으로 등급 재조정과 벌금 부과 등 중징계를 받은 사건은 ESRB의 등급 분류 체계에 대한 비난을 촉발했다.

 실제로 이번 ESRB의 정책 변화도 미국 대통령 후보 중 한 명인 샘 브라운백 공화당 상원의원이 최근 ‘게임 전체를 플레이해 본 후에 등급을 부여해야 한다’는 ‘비디오 게임 등급 분류의 성실성(Truth in Video Game Rating)’ 법을 재발의한 것에 대한 대응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작 눈여겨볼 대목은 외부의 압박에 한 발 더 나아간 개선책으로 적극 대응하는 ESRB의 태도다. 1994년 모탈컴뱃과 나이트트랩 등 폭력적 게임을 규제하려는 사회적 압박을 자율 등급심의기구인 ESRB 탄생으로 연결시킨 게임 업계가 이번에도 웅크리지 않고 적극적인 개선책을 내놓은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청소년 보호와 게임산업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게임을 즐길 줄 아는 부모’를 상근 등급위원으로 모시겠다는 발상은 단순하지만 기발하다.

 온라인게임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도 등급 관련 잡음은 끊이질 않았다. 다행히 지난해 출범한 게임물등급위원회는 절차를 공개하고 실제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에게 시범 등급 부여를 맡기기로 하는 등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처럼 업계의 적극적인 노력까지 가세하면 누구나 기분 좋은 게임 세상이 되지 않을까.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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