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00일 저녁 7시, 삼성전자 화성·기흥 반도체클러스터. 업종 단체별로 구성된 황사발령 비상연락망을 통해 ‘황사경보’가 내려진다. 지난 겨울 건조한 날씨 탓에 올해 황사가 극심할 것이라는 예보대로 3월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다. 지금까지는 잘 대응해 왔지만, 만의 하나 발생할 황사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생산 수율 하락은 물론이고, 자칫 최첨단 생산라인 가동을 올스톱해야 하는 사태로 이어져 수천억 피해를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반도체총괄 김 과장은 이미 2월부터 작업환경 유지를 위해 공기청정기와 필터 등 공기정화 소모품은 그 교체주기를 평소 1주일에서 3일 정도로 단축해 놓았다. 김 과장은 차분히 움직였다. ‘일단 사업장 내부공기통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현업부서에 연락해 야외 작업일정은 최대한 단축하고 미뤄야지.’ ‘참 그리고 작업장에서 다른 작업장으로 공정자재를 옮길 때 포장상태를 강화하라고 다시 한번 강조해야겠다.’
같은 시각. 황사예보를 접한 LG필립스LCD 파주클러스터. 황사 1등급 대응지시인 ‘경보’가 떨어졌다.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는 이 대리는 클린룸에 들어가기에 앞서 눈만 남겨둔 채 머리와 손, 발은 물론이고 입과 코까지 막는 방진복을 착용했다. 오늘은 에어샤워 시간이 평소보다 2배 이상 길다. 좀 지루하지만, 인위적으로 에어샤워 시간을 줄일 수도 없다. 시스템상으로 그 시간을 실시간 체크하기 때문이다. 지난주에는 2등급 대응지시인 ‘주의보’가 내려져 클린룸 출입인원을 최소화하는 정도의 조치가 내려졌다. 지난 2월에는 3등급 대응지시인 ‘정보’가 발령됐다고 하는데, 이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공기를 정화하는 추가필터가 설치되는 수준이어서 이 대리는 크게 신경 쓸 필요까지 없었다.
하이닉스반도체 이천공장에서 같은시각 경보를 접한 강 과장은 각 팹 출입문에 황사 경고메시지를 부착해 황사 발생을 직원들에게 주지시켰다. 그리고 팹 현관문을 통제하고, 평소 사용하던 수동문 대신, 자동문을 가동시켜 먼지 침투를 최소화했다. 강 과장은 오늘로 계획했던 설비 반입도 일단 황사상태를 봐서 다시 반입날짜를 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협업팀에 전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탕정 LCD클러스터. 서 과장은 우선 크린룸 내부의 공기흐름을 점검했다. 클린룸은 천장에서 바닥으로 공기가 계속 흐르도록 해 혹시 유입됐을지 모르는 먼지를 걸러내고, 핵심부품이 있는 곳은 아예 공기가 흐르지 않도록 차단해 놓았는데, 정상 가동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통상적으로 반도체 및 LCD 생산라인이 항상 유지해야 하는 청정도 수준인 클래스1은 1입방피트에 머리카락 1000분의 1에 해당하는 크기의 먼지 1개가 있는 수준이다. 여의도 6배에 달하는 면적에 동전 1개 크기만큼의 먼지도 허용하지 않는 셈. 팹 작업이 필수인 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는 황사경보가 울리면 긴장은 하지만 철저한 준비로 결코 당황하지 않는다. ‘황사, 올 테면 와봐라.’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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