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원형 복원, 소통의 가능성 열다

 “학생들과 저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만들어 낸 기적이었습니다.”

 1966년 만들어졌다가 방치됐던 우리나라 최초의 애니메이션 ‘홍길동전’의 일부를 최근 이남국 홍익대 애니메이션 전공 교수와 학생 여덟 명이 8일 동안 밤샘 작업을 한 끝에 복원했다. 이 교수는 원본 필름을 그대로 이용할 수 없어 밑그림부터 한 컷씩 다시 제작하는 지난한 과정을 기껍게 해낸 학생들이 고맙다고 했다. 홍길동전을 제작한 회사에 재직한 교수와 홍길동전을 책으로만 접했던 학생들 모두 애니메이션 역사에 의의가 있는 일이라는 공감대를 가졌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최근 31년 만에 디지털로 복원된 ‘로보트 태권V’를 본 30·40대 역시 어린 시절 영웅을 다시 보게 된 것도 기뻤지만 자신의 유년 시절을 자녀와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져 더 행복했다고 말한다.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고의 관객을 동원한 원동력은 향수의 자극이 아니라 복원된 작품을 통한 세대 간 소통이었다.

 두 작품의 복원은 넓은 의미에서의 문화 원형 복원 작업이다. 흔히 문화 원형 복원이라 하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유물이나 유산을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문화콘텐츠닷컴을 보면 문화 원형 복원의 의의는 우수한 문화 유산을 현재와 소통하는 매개체로 만드는 데 있음을 알 수 있다.

 문화 유산에는 눈에 보이는 유물뿐만 아니라 역사·신화·민담까지 포함된다. 우리 전래 동화 ‘두꺼비 신랑’과 독일의 민화 ‘개구리 왕자’는 전혀 다른 나라의 얘기지만 줄거리나 상징이 유사하다. 신화와 민담에 세계를 관통하는 정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반지의 제왕’이 인종 차별 논란 속에서도 전 세계적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신화를 모티브로 한 세계인의 보편적 정서를 자극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문화 원형 복원 작업에 참여하는 이들은 한결같이 ‘사명감’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라 말한다. 이들은 밤을 새우는 작업보다 힘든 건 ‘지금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일을 왜 하냐’는 부정적인 시선이라고 토로한다. 문화 콘텐츠는 수년에 걸쳐 완성되고 효과발휘에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최근 문화 원형 복원의 성과를 보면서 미래의 잠재적 가치를 보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수운기자·콘텐츠팀@전자신문, p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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