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꿈꾸는 자’만이 실현할 수 있다. 테헤란밸리가 20세기판 골드 러시의 캘리포니아였다면 구로밸리는 좌절을 겪으면서도 ‘꿈’을 놓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진정한 ‘코리안 드림’의 산실로 바뀌고 있다. 구로밸리 사람들은 그래서 더욱 절박하며, ‘목숨 걸고’ 일한다.
한이식 나라비전 사장(43)은 구로에 입성한 벤처 기업의 표본 모델이다. 지난 2002년부터 2005년 초반까지 서울디지털산업단지(구로디지털밸리)에 입성한 벤처는 강남 테헤란밸리 등 다른 지역에서 사업을 벌이다 구조조정 차원에서 들어온 경우가 많다. 벤처 붐이 일었을 때 확대했던 조직을 줄이면서 경비절감 등의 효과를 보기 위해 구로로 모여든 것이다.
한 사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3년까지만 해도 강남 테헤란밸리에서 사업을 벌이다 구로로 이전했다. 한 사장은 95년 대구에서 창업해 ‘깨비메일’로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다음의 한메일과 경쟁을 벌일 정도로 부각됐던 인물이다. 그러나 시스템 재투자 시기를 놓쳐 다음에 밀린 후 다른 사업을 준비해야 했다. 그는 강남 테헤란밸리를 거쳐 조직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2004년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자리 잡았다. 한 사장은 “이제 세 번째 사업 아이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면서 “이전 사업의 경험은 새로운 컨버전스의 서비스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인 에이디정보통신 사장(41·여)은 2005년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이전을 제2의 창업으로 생각하고 있다. 2002년 강남에서 창업했지만 10여평도 안 되는 사무실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에 비하면 좋은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대출을 받아 구로에 사무실을 임차한 후 이사 걱정을 하지 않게 돼 안정적으로 경영활동을 할 수 있었다”면서 “지난해는 법원 판결문, 행자부 민원 서류 등에 장애인용 2차원 바코드를 공급하면서 창업 이후 최대 매출을 기록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무엇보다 많은 업체가 한곳에 몰려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장애인용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솔루션 업체와 접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 사장은 “거리를 지나가다 고객을 만나는 수가 있으며 식당에서도 자주 본다”면서 “행동 반경이 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돼가고 있을 정도로 집적 시너지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승훈 인텔리코리아 사장(48)은 지난 2000년 초 다른 업체에 비해 비교적 빨리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들어왔다. 주요 고객이 평택·안산·인천 등 각 지방에 있어 교통 측면에서 가장 좋은 곳을 선택한 결과다.
박 사장은 “정보기술(IT) 업체가 몰려 있고 분야는 다르지만 소프트웨어 업체가 많아 사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구로에 들어 왔다”면서 “구로 이전 후 사업이 잘 풀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출도 크게 오르고 있다. 2006년 매출이 2005년에 이어 2년 연속 60∼70%의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국내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에 속도가 붙은 덕분이다.
박 사장은 “2000년대 초만 해도 구로에 들어왔을 때 벤처가 많지 않았다”면서 “CAD SW를 판매하다보니 직접적인 사업 교류는 없지만 ‘구로’라는 한곳에서 벤처사업을 하는 업체가 늘어나서 어려울 때마다 ‘열심히 하자’는 자신감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탐사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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