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TV 시장을 생각할 때 이번주는 의미가 각별하다. 국내 TV 시장의 90% 이상을 나눠 갖고 있는 삼성전자·LG전자가 각각 한 해 농사를 좌우할 전략 신제품을 출시하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제품이지만 휴대폰과 비교해보자. 매년 수십·수백종의 신모델이 선보이고 이 가운데 몇 개의 히트작만 건지면 거뜬히 남는 장사를 하는 게 휴대폰이다. TV는 기껏해야 몇 종의 신제품을 이른 봄 출시한 뒤 일년 내내 팔아야 한다. 제품 기획 단계부터 개발과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한 제품에 쏟아붓는 노력과 정성은 비할 바 못 된다는 얘기다. 올해 전략모델을 출시하는 이번주가 그만큼 두 회사에 중요하다는 뜻이다.
신제품 홍보전에서는 LG전자가 ‘3세대 타임머신 TV’로 일단 선수를 쳤다. LG전자는 5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6일부터 자사 전속 대리점과 서울 목동의 현대백화점부터 선보인다고 전격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삼성전자는 6일 ‘2007년형 보르도 TV’ 출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7일부터 유통매장에서 선보일 참이었다.
통상 삼성전자는 주요 홍보사안이 있을 때 매주 중반께 공식 브리핑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소개하는 게 관례다. 이번주 TV 신제품을 출시한다고 알려져 있던 차에 타임머신 TV의 선공은 삼성전자로서는 ‘물타기’ 홍보전으로 비칠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지난해 보르도 LCD TV로 전 세계 TV 시장을 석권한 삼성전자의 자존심도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환경에서 매사 한치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양사의 태도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양대 IT 기업이 유독 내수 시장에서는 옹졸한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매사 그렇지는 않더라도 극히 소소한 사안을 놓고 서로 비신사적인 경쟁을 벌일 때도 있다는 뜻이다. 이번 TV 신제품 홍보 사례도 이런 점에서 고운 시선은 아니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하루 차이로 홍보경쟁에 열을 올린다.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는 두 회사 모두 올해 최대 과제로 고객만족(CS) 정착을 꼽는다. 소비자·사원·주주라는 3대 고객에게 충실하면 자연스럽게 시장도 따라 흘러간다는 철학이다. 진정한 의미의 고객만족이라면 양사의 ‘신사적’인 경쟁 모습은 가장 기본적인 조건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서한기자·퍼스널팀@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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