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찾아서]대우일렉 디자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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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에 채용할 색과 문양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1년간의 산고 덕에 2007년 에어컨 신제품이 무사히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이곳 연구원들의 마음은 벌써 2008년 한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올해 사상 최고의 무더위 예보 탓에 가전 업계가 어느 해보다 치열한 에어컨 예약판매 전쟁에 돌입했다. 가전 매장마다 화려한 디자인으로 치장한 신제품들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바람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중이다. 2007년 에어컨 판매의 승자를 가리는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됐지만 가전 기업들의 디자인연구소는 한 숨 돌릴 틈도 없이 2008년 신제품을 위한 사전 조사 작업에 들어갔다.

 여의도에 위치한 대우일렉 디자인연구소 팀원들에게도 1월은 1년 중 ‘가슴을 졸이는’ 동시에 가장 바쁜 시기다.

 1월에는 소비자들의 심판을 기다리느라 간이 콩알 만해집니다. 동시에 2008년 신제품의 방향을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허동규 대우일렉 홈어플라이언스 3팀 팀장은 요즘 다가올 2008년의 시장 변화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 자동차부터 가정 인테리어, 패션, 유행 컬러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총체적인 트렌드를 선행 분석하는 것이 그의 임무이다.

 허 팀장은 “리서치를 마치면 3월까지는 특징적 모티브인 테마를 확정해야 한다”며 “도안작업, 선별, 샘플링, 품평회까지 무사히 마치려면 1년이 짧다”고 설명한다. 연구소 한 켠에는 지난 한 해 연구원들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샘플 유리 판넬들과 패턴 도안들이 즐비하다.

 대우일렉이 올해 선보인 클라쎄 에어컨의 패턴은 전통미를 살린 고구려 와당과 꽃잎이 흩날리는 형상을 이미지화한 ‘브리사’ 문양. 두 가지 문양이 세상이 나오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최재홍 대우일렉 디자인연구소장은 “꽃과 나비 문양 패턴이나 훈민정음 패턴 등은 품평회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경쟁사 디자인을 연상시킨다거나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채택돼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처럼 아깝게 최종 선정에서 밀려난 우수작들은 ‘디자이너스 특별 한정판’ 등의 형태로 세상의 빛을 보기도 한다. 갈수록 디자인이 섬세해지다보니 만족할 만한 유리 판넬 한 장을 뽑아내기 위해 100장 이상의 판넬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최 소장은 덧붙였다.

 대우일렉 디자인연구소는 1년 가전 판매의 승기를 잡는 에어컨 디자인에 적지 않은 노력을 쏟지만 TV부터 생활가전 전 품목에 이르기까지 고객의 직접적 욕구에 부합하는 인간중심 디자인을 실현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우일렉 디자인연구소의 디자이너들은 80여명이라는 단촐한 인원으로 경쟁사에 뒤지지 않는 디자인을 창조한다는 자긍심이 대단하다.

 연구소 내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얼리어답터인 이혁수 디자인연구소 전략기획팀장은 “제품 디자이너들은 디자인 실력은 물론 제품에 대한 기술적인 이해력과 입체적인 사고를 겸비해야 한다”며 “국내 가전 중 유일하게 판넬을 세로 분할한 ‘아르페지오’ 스타일도 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기 위한 디자이너와 개발팀의 고군분투 끝에 탄생한 것”이라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요즘 대우일렉 연구소 직원들의 모토는 ‘패션도 전략이다’이다.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로서 옷차림 하나에도 톡톡 튀는 개성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품 디자인은 결코 화려하거나 고상하기만 한 직업이 아니라고 이곳 직원들은 입을 모은다.

 최재홍 소장은 “최근 제품 디자인을 3D 직종으로 기피하는 현상이 안타깝다”며 “대우일렉 연구소를 지키는 특등사수들처럼 열정과 신념으로 뭉친 디자이너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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