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외자유치 경계령`

 외국계 자본의 막무가내식 횡포 앞에 국내 게임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 G 등 다수의 해외 대형 자본은 돈줄이 말라버린 한국 중소 게임개발사들에 투자를 타진하면서 대주주 담보 설정, 투자회수 시 지분 양도 등의 불합리한 조건을 너도나도 내걸고 있다. 관행이라는 미명 아래 게임과는 직접 연관이 없는 ‘강압적 요구’가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투자유치 희망업체의 열악한 자금사정을 악용해 일부 투자만으로 사실상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의 ‘기업사냥’ 행태를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국내 중소 게임업체의 각별한 경계가 요구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환경에서 투자 자체를 놓고 비판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일부 외국 자본은 투자를 미끼로 경쟁력 있는 국내 게임개발사를 시쳇말로 ‘날로 먹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외국계 자본 2∼3곳과 최종 계약을 위한 협상을 진행했던 G사는 회사 대주주의 직권 결정으로 모든 투자 협상을 결렬시켰다.

 이 협상에 관여했던 법률자문 관계자는 “G사의 대주주가 투자자 측으로부터 받은 최종 조건을 놓고 격분했다”며 “협상 관행상 밀고 당길 수는 있지만 ‘몽땅 다 걸라’는 조건을 내단다면 어떤 사람이 투자를 받으려 하겠는가”고 토로했다.

 개발사 D사도 최근 의욕적으로 진행해오던 2차 외국계 투자 유치 협상을 전면 중단했다.

 투자를 받는 한국 업체가 그렇듯이 투자자 측도 위험을 어느 정도는 안고 가야 하는데 투자자 측이 헤지(위험회피)에만 골몰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투자를 결정하기도 전에 투자자 측에서 회사가 잘 안 됐을 때 손해를 보전해 줄 수 있는 방법을 물어오길래 투자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협상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외자유치를 보는 국내 경제·사회적 시각과도 무관하지 않다. 외자 유치는 무조건 좋은 것이며 국내 산업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게임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중소 개발사가 외국 자본에 힘없이 잠식될 때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는 더욱 어둡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당장의 자금난은 투자유치로 갈증을 해소할 수 있겠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 전체를 떠넘기는 우를 범해서는 개별 회사나 한국 게임산업을 위해 결코 바람직 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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