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LPL)는 세계 평판디스플레이계의 쌍두마차다. 한국 증시에서는 실적에 따라 나스닥 시황을 뒤흔드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과 같은 위상이다. 지난 2004년 7월 LPL 상장 이후, 잇따르는 두 회사의 기업설명회(IR)에 모든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올해에는 실적이 아닌 뒷이야기까지 무성하다. 매년 삼성전자에 앞서서 IR를 해왔던 LPL이 이번에는 삼성전자 뒤로 날짜를 잡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번에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IR 날짜를 12일로 잡았다. 반면에 LPL은 평소보다 1주일가량 늦은 16일로 잡았다. LPL 상장 이래 아홉 번째 IR 만에 삼성전자의 실적이 먼저 공개되는 셈이다. 증시 관계자를 비롯한 모든 이들이 LPL의 실적발표가 삼성전자 뒤로 늦추어진 데에는 배경이 있을 것이라며 입방아다.
호사가들은 지난 연말 CEO가 바뀐 것이 배경 중 하나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연초에 CEO가 교체되면서 새로운 경영진 구성및 업무 인수인계로 시간이 필요했고, 이로 인해 IR이 다소 늦춰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다른 깊은 뜻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무성하다. 지난해 실적이 좋지 않았던만큼 LPL이 의도적으로 실적이 좋은 삼성전자의 뒤로 미루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삼성전자가 먼저 실적을 발표했을 때, LCD 관련 주가가 어떤 형태로든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근거없는 분석 때문이다. 여기에는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에 삼성전자가 먼저 실적을 발표했더라면 주식시장에서 LCD관련주의 부담이 덜 했을 것이라는 희망사망도 담겨있는 듯하다.
하지만 전문가인 애널리스트들은 ‘IR 순서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무관할 것’이라고 일축한다. LG필립스LCD도 4분기 실적은 전분기에 비해 호전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순서’에 따른 상관관계를 찾기는 더욱 어려울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그보다는 새 경영진이 이번 IR를 단순한 실적 발표보다는 회사의 비전까지 투자자들에게 정확히 알리는 자리로 만들기위해 준비기간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 민후식 애널리스트는 “3년 만에 사장이 바뀌고 처음으로 진행되는 이번 LG필립스LCD의 IR는 ‘숫자(경영실적)만을 읽는’ 기존 형태를 탈피해 새로운 경영진의 목표와 전략을 투자자에게 직접 알리는 자리로 꾸며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며 “평소보다 1주일 이상 늦어지는 것은 그에 대한 고민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온갖 추측이 무성하지만 정작 LPL의 대답은 간명하다. 매번 화요일에 IR를 진행해온만큼 이번에도 가장 적당한 화요일을 찾다보니 어쩌다 삼성전자보다 늦어졌을 뿐이라는 해명이다. 이유야 어찌됐던 삼성전자와 LPL은 이제 IR순서까지도 호사가들의 관심거리가 되는 스타인 셈이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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