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최선호 브로드큐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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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인생을 90세로 봤을 때 45년의 전반기는 토마토LSI로 마무리했고, 이제 후반기는 전반기 경험을 바탕으로 한 브로드큐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최선호 브로드큐 사장(47)은 자신의 후반기 인생의 첫 단추인 DVB-H 전문 팹리스반도체설계업체 브로드큐의 성공을 통해, 한국 팹리스산업계 발전사에 다시 한번 이름을 올린다는 각오다.

 지난 4월 토마토LSI CEO직을 사퇴하고 7개월여를 은둔해 온 최 사장이지만, 팹리스 사업에 대한 열정만큼을 접을 수가 없었다. “전 팹리스업계를 떠날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단지 2∼3곳 팹리스업체에서 전문경영인으로 와달라는 요청도 있고 해서 월급쟁이 CEO도 고려해 봤으나, 결론은 스스로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가 제 체질에 맞는다는 것이었지요.”

 최 사장에게 기회는 너무도 빨리왔다. 미국에 있는 지인의 소개로 ‘기술은 있으나 자금과 마케팅력으로 고민하던’ 지금의 브로드큐 연구소장을 만났고, 기술력에 끌려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브로드큐는 연구소장을 포함한 해외파 인재들과, 국내파 인재들이 함께 어우러져 연구개발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미 FPGA로 구현은 끝난 상태로, 내년 2∼3월에는 샘플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브로드큐가 잡은 아이템은 세계 이동방송 규격의 하나인 DVB-H용 베이스밴드. DMB는 이미 시장 진입이 늦었지만, DVB-H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이 최사장의 판단이다.

 “DVB-H시장은 향후 3년내 10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게 시장조사기관들의 분석입니다. 제가 토마토LSI를 설립할 당시 디스플레이구동칩(LDI)이 떴던 것 처럼, 브로드큐 설립과 함께 조만간 DVB-H시장도 활짝 개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브로드큐는 최고 성능의 DVB-H 베이스밴드 스탠드얼론(단독) 칩으로 인정 받는 것이 1차 목표다. 그 다음 순서로 주변 팹리스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RF·멀티미디어를 통합한 원 칩을 개발, 시장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M&A를 통해 기술력과 체력을 키워나가는 코아로직의 황기수 사장을 보면서, 저것이 바로 한국 팹리스업계가 지향해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최 사장은 브로드큐도 결국 M&A를 결정해야 할 시기가 올 것이라고 단언한다. 단지 브로드큐를 중심으로 타 회사들을 흡수하느냐, 아니면 브로드큐가 타 회사에 흡수되느냐의 문제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래도 초창기 한국 팹리스산업의 리딩주자인데 조용히 잊혀질 수는 없지요. 창업을 했다고 인사메일을 보냈더니, 파운드리·팹리스업계 많은 지인들이 바로 축하 메일을 보내줘 ‘헛살지 않았구나’고 안심이 되면서 큰 힘이 됐습니다. 앞으로 한국 팹리스업계엔 코아로직, 엠텍비젼 등과 같은 성공한 팹리스업체들이 더욱 많이 나와야 하고, 브로드큐도 그 반열에 올려 놓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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