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배운다]길드워(하)

길드전 동영상 관람하며 성찰…초보도 달려들면 영광의 월계관     사부의 마지막 가르침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였다. 조금씩 ‘길드워’에 빠지고 있는 제자였지만 막상 실제 파티를 맺고 전투에 참가하기란 사실 대단히 무서웠다. 여기를 봐도 고수, 저기를 봐도 고수, 온통 고수만 널려 있는 곳에서 초보자는 발조차 내밀기 힘든 게 현실이었다. 그래도 용기를 가지고 과감하게 돌격하는 자만이 결국 영광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 사부의 진언이었다.     “지난 번에 준 숙제 했어요?”  사부는 자리에 앉기도 전에 일격을 날렸다. 예쁘장한 외모지만 성격은 가히 타이슨이다. PC가 놓인 책상을 주먹으로 탕 치면서 해왔냐고 재차 물었다.    “확장팩에 새로 추가된 캐릭터 알아 오라는 거요? 그거야 더비시와 파라곤 아닙니까. 더비스는 낫으로 범위 공격을 하는 클래스고 파라곤은 창으로 데미지를 주는 직업. 으흐흐. 이정도는 기본이죠.”  자신있게 대답했다.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니터에 ‘길드워’ 홈페이지를 띄워 놓고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길드워’를 실행하기 위해선 홈페이지에 가야 할 것 아닌가. 절대로 컨닝이나 기타 부정 행위는 아닌 것이다.     # 낫으로 공격하는 더비시   사부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더비시는 범위 공격을 하는데 ‘먼지망토’나 ‘그랜트의 손짓’ 등으로 실명, 다리 부상을 일으킨다. 낫으로 범위 공격을 하는 건 맞다. 허나, 물리적인 데미지보다 실제로 사용하는 다양한 마법 스킬들이 매우 까다로운 면이 많아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클래스라고 했다.     실명이 되면 공격을 해도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다리 부상은 회복하는 동안 스킬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이것은 파티원들의 조합으로 전투를 치르는 ‘길드워’에서 매우 큰 영향을 준다. 만약 몽크가 실명이나 다리 부상을 당하면 그 시간 동안 힐을 전혀 해줄 수 없기 때문에 파티원들은 금방 죽음을 당하고 만다.    파라곤은 무엇보다도 저주 스킬에 특화돼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강화 박탈의 고통’ 같은 경우는 30초 동안 강화를 잃을 때마다 15의 데미지를 받게 된다. 또 ‘고음 불가’는 5초 동안 주위의 모든 적들이 고함이나 영창 스킬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든다. 스킬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 물리 공격이 가능한 다른 캐릭터 외에 다른 클래스는 바보가 된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 파라곤이 훨씬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어요. 물리 공격은 한 명이 도망가거나 피하면 돼요. 하지만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들면 전원이 도망쳐야만 합니다. 무시무시하죠.”    사부는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종합하는 의미에서 상위 길드들의 전투를 관전하는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길드워’의 수백개 스킬을 일일이 설명하는 것보다 잘하는 길드들이 실제로 어떻게 전투를 하는지 보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설명했다. ‘길드워’에는 상위 길드들의 전투가 자동으로 저장이 되고 언제든지 누구라도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화면을 몇 번 클릭하자 전투 리스트가 펼쳐졌다.    “여긴 세계 100위까지만 올라와요. 그 이하는 안 올라오는데. 100위 이상의 팀이 그 하위의 팀하고 붙으면 올라 옵니다. 그래서 전력 노출을 꺼리는 대회 준비 길드들은 일부러 성적을 100위 이하로 떨어 뜨려요. 남들 못 보게 할라고. 호호호.”    # 플레이 영상보면서 연구   사부는 세계 3위와 271위가 혈투를 벌인 것을 발견하곤 곧바로 클릭했다. 잠시 로딩하는 가 싶더니 화면이 전환되면서 ‘화염의 섬’으로 들어갔다. 지금까지 모든 것들이 연습이었다면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은 정말 8대8로 이뤄진 ‘길드워’의 진수였다. 사부는 하나도 놓치지 말라며 화면을 가리켰다. 길드전의 승리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기본적으로 아군의 영웅NPC를 보호하고 상대방 영웅NPC를 처단하는 팀이 승리한다. 길드전에선 죽음을 당해도 금새 부활되기 때문에 상대방을 모두 몰살시켜도 큰 의미가 없다. 상대 진영을 공략하기 위해선 정면으로 돌격하거나 팀을 두개로 쪼개 앞뒤로 계속 흔드는 전략을 펼칠 수 있다.    “‘길드워’의 맵에는 본진으로 통하는 길이 반드시 2개 있어요. 하나는 정면이고 하나는 뒤쪽으로 연결돼 있는데 팀을 나눠서 앞뒤로 계속 공격하면 막기가 대단히 힘들죠. 방어가 안되는 단점이 있지만 영웅NPC를 잡기엔 좋은 방법입니다.”    영웅NPC는 소수의 NPC로 호위를 받고 있으며 20분이 지나면 움직인다. 그 전에 영웅NPC는 공격을 당해도 데미지를 입지 않는다. 호위 NPC만 피해를 입는다. 그래서 20분이 지나기 전에 일부러 호위 NPC를 사살하는 전략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야만 나중이 편하다는 것이다. 한참 설명을 듣고 있는데 갑자기 사부가 외쳤다.     # 집중 공격으로 캐릭터 아웃   “이것 보세요. 여기 체력 게이지가 갑자기 뚝 떨어진 거 봤어요?” 확실히 꽉 채워져 있던 전사의 체력 게이지가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비명횡사하고 말았다. 도대체 얼마나 강력한 공격을 했길래 저렇게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해였다. 집중 공격을 당한 것이다.    “모두 상위 클래스라서 일대일이나 몇명 붙어도 승부가 안 나요. 그래서 전 팀원이 동시에 딱 한명만 골라서 공격하는 거에요. 헤드셋으로 음성 채팅이 되니까, 하나, 둘, 셋 하고 동시에 날리는 겁니다. 스킬은 시전하는 시간이 있으니 그것도 고려해야죠. 굉장한 연습이 있어야 해요.”    아, 그렇구나. 매 앞에는 장사없다고, 집중 공격이 동시에 들어가니 그 어떤 캐릭터도 견디질 못했다. 몽크가 힐을 할 틈을 전혀 주지 않았다. 이보다 상위의 실력자들은 집중 공격에 들어가기 몇 초 전에 몽크를 넘어 뜨리고 다른 클래스의 캐릭터를 공격한다고 말했다. 실제 눈으로 지켜보니 대단했다. 세계 271위의 팀은 실력이 낮을 것 같았으나 전혀 밀리지 않고 선전했다. 3위의 팀은 조화를 잘 이뤄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하며 조금씩 밀고 나갔다. 20분이 지나자 마침내 승패가 결정됐다. 20분이 지나고 하위팀의 영웅NPC가 달려 나왔는데 호위NPC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길드워’는 길드전이에요. 이렇게 상대방들의 전략을 잘 보면서 연구하고 연습해야만 실력이 늘어요. 특히 해외 친구들은 독특한 아이디어가 많아서 도움이 됩니다. 물론 1, 2위는 우리나라 팀이지만요.”    “재미있기는 합니다요. 그런데 고수밖에 없고 초보 유저를 위한 장소가 전혀 없어서 도저히 엄두가 안 나서….”    “그래도 과감하게 해야 돼요. 지금은 물어 볼 사람이라도 있지, 예전에는 혼자 공부했다니까요. 초보자가 당장 길드전에 나서긴 무리가 있겠지만 용기를 가지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영광의 자리에 오를 수 있습니다.”    

김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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