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미국 의회의 중간선거 결과에 IT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년 만에 민주당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공화당이 주도해 온 통신·방송 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논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의 최대 IT 이슈로 부상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민주당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어 IT산업계가 긴장하는 분위기다. 전통적으로 미국 공화당은 친 기업적인 반면에 민주당은 소비자 권리를 우선하는 IT정책을 펴 왔기 때문이다.
특히 향후 수개월간 민주당과 공화당 간 IT분야 최대 정치 쟁점은 네트워크 중립성이다. 민주당은 인터넷 접속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는 네트워크 중립성 원칙을 지지해 온 반면에 공화당은 망 투자를 주도한 통신업체의 우선권을 내세워 이에 반대해 왔다.
◇AT&T, 네트워크 중립성 법제화 우려=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할 경우 제일 먼저 거대 통신업체의 횡포를 막는 네트워크 중립성 원칙을 법제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당장 미국 최대 통신업체인 AT&T에 불똥이 떨어졌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당초 3일로 예정됐던 AT&T-벨사우스의 합병 심사회의를 또 다시 무기한 연기했기 때문이다. FCC의 민주당 위원들은 AT&T가 합병 이후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네트워크 중립성 원칙을 수락해야 한다며 공화당 위원들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있다. 자칫하면 822억달러 규모의 AT&T-벨사우스 합병 건이 무산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워싱턴 정가의 한 로비스트는 “민주당은 네트워크 중립성 원칙을 관철하지 못하면 어떤 IT 법안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형 통신업체들의 각종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구글·아마존 등 네트워크 중립성을 적극 지지해온 인터넷 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TV 사업권 취득 간소화 무산 우려=AT&T와 버라이즌 등이 방송 진출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온 TV 사업권 취득 과정을 대폭 간소화하는 법안도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에서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통신업체들은 각 주 정부를 상대로 일일이 TV 사업권을 따내는 수고를 해야 할 형편이다.
FCC도 예전처럼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데 제약이 따를 전망이다. 차기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 의장으로 유력시되는 존 덴젤 민주당 의원은 평소 FCC에 대한 감독권을 강화하자고 주장해 왔다.
◇민주당 장악 가능성에 긴장 분위기=민주당의 의회 장악은 TV 제조업체에도 좋지 못한 소식이다. 존 던젤 민주당 의원은 디지털TV에 불법 복제를 차단하는 ‘브로드캐스트 플래그(broadcast flag)’ 의무화 법안을 적극 지지해 왔다.
차기 인터넷통신소위원회를 이끌 에드 마키 민주당 의원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오는 2009년 2월로 예정된 디지털TV 전환 일정을 늦추자는 의견이다.
반면에 방송업계에는 콘텐츠 보호와 디지털 방송을 위한 투자 부담을 덜 수 있어서 민주당의 선전은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방송 분야에서 미디어 소유의 독점과 음란 폭력물, 약품 광고, 아동 대상의 마케팅에 대한 규제는 지금보다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민주당과 공화당의 IT정책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