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자 新 유통지도]빅3 사령탑은 지금

국내 전자유통업계는 혁신 드라이브가 한창이다.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마트 등 국내 전자유통을 대표하는 삼두마차의 사령탑의 고민도 하나같이 ‘혁신’에 맞춰져 있다.

 삼성전자 장창덕 국내영업사업부장, LG전자 강신익 한국마케팅부문장, 하이마트 선종구 사장 등. 삼두마차의 사령탑은 한배를 탔다. 이들의 혁신 드라이브가 성공을 거두면 국내 전자유통시장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반면 혁신 레이스에서 뒤지면 끝없는 나락을 경험할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 세 사람이 하나같이 혁신을 경험한 주인공이라는 것. 장 사업부장은 삼성전자 모스크바법인장 시절 러시아에서 삼성전자가 소니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는 신화를 만들었다. 강 부문장도 90년대 후반 북미시장에서 LG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론칭시켰다. 지난 2000년 사장으로 선임된 선 사장은 탁월한 리더십으로 무명의 하이마트를 2조원대 전자유통 최강자로 키워냈다.

 이들은 하나같이 ‘고객만족’ ‘마케팅 혁신’ 등을 혁신 화두로 꺼내들었다. 급변하는 유통환경에서 이들의 도전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승부는 고객의 선택에 달렸다.

◆삼성전자 장창덕 국내영업사업부장

 “5000원짜리 김치찌개를 4000원 하면 한번 쯤은 먹어요. 하지만 맛 없으면 또 가겠어요?”

 장창덕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장(부사장)은 1시간 남짓한 인터뷰 내내 고객만족(CS)의 중요성을 열변했다. 한편의 강연을 듣는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지난해 초 부임한 뒤 1년 9개월 가량 줄기차게 밀어붙인 ‘CS 혁신’ 드라이브가 조금씩 성과를 거두면서 자신감도 넘쳐났다. 마산, 안양, 부산 등 전국 대리점 사장들의 변화상을 줄줄이 열거하며 그는 신바람이 났다.

 “매주 한 번씩 열리는 국내영업 임원회의에는 매출 보고가 사라졌어요. 정답도 없는 CS에서 ‘삼성 다움’을 찾자고, 한 방향만 보고 1년 반 이상을 달려왔어요.”

 그는 처음에는 막막하던 CS의 해답을 ‘고객접점’의 혁명적 변화에서 찾고 있다고 소개했다. 배달, 설치, 서비스 등 고객과 직접 부딪히는 곳의 고객만족도에서 전자유통의 비교우위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대리점이 직접 담당한 배달·설치를 모두 물류 자회사인 로지텍으로 옮긴 것은 삼성의 대표적인 CS활동으로 꼽았다.

 “대리점 직원이 배달하고 와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어서 오십시오’ 하고 물건을 판다는 게 말이 됩니까. 물류를 해결해주니까 대리점 직원이 물류센터로 김밥을 사서 가 ‘우리 손기사님 파이팅’하는 진풍경도 벌어져요. 물류 직원들도 예전에는 “아빠, 배달 갔다 올 께” 하던 인사말이 이젠 “아빠 출근한다”로 바뀌더라구요. 직원들의 마음가짐이 바뀌니 고객서비스는 얼마나 많이 달라지겠어요.”

 그는 내친 김에 시스템도 바꾸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 등 대학교수로 구성된 자문단까지 구성해 20년 가까이 전통적으로 따로 움직여온 유통, 서비스, 물류를 연말까지 하나로 통합하는 일종의 모험을 단행키로 했다.

 물류, 서비스 등과 연계한 토털서비스는 결국 판매에서도 ‘토털 솔루션’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2∼3년 지나면 전속유통점에서 TV 하나를 사는 단품 구매 고객도 있겠지만, 고객의 주거환경에 맞춰 TV, 냉장고, 에어컨 등을 작게는 패키지로, 크게는 하나의 토털 솔루션으로 판매하는 방향으로 바뀔 거에요. 제품과 함께 프리미엄 서비스도 파는 거죠. 그렇게 하지 않고는 할인점이나 인터넷 쇼핑몰 등과는 차별화는 어려울 거에요.”

 CS중심의 개혁 드라이브는 내부 조직과 대리점 사장들의 반발도 불러왔다. 지금까지 매출 등 눈에 보이는 외형 성장 중심 경영보다 CS는 성과가 쉽게 드러나지 않아 조바심을 내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그러니깐 우린 무지막지한 시험을 하고 있는 거에요. 어쩌면 우리의 경쟁 상대는 경쟁사가 아니라 우리 자신인 셈이죠. 하지만 1년 반 정도 CS에 주력하면서 대리점의 실 판매는 오히려 20∼30% 늘었어요. 매출이 오히려 늘어나자 술을 사준다고 초청하는 사장들도 종종 생길 정도니까요.”

CS활동을 끝없는 전쟁에 비유한 그는 “변화된 유통환경에서 CS활동은 결국 삼성의 미래를 준비하는 작업”이라며 개혁 라이브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 강신익 한국마케팅부문장

 “비행기가 정상 비행궤도에 진입하기 까지는 초 스피드로 달리고, 전속력으로 하늘로 솟구쳐야 해요. 그 과정이 가장 힘든 과정이죠.”

 강신익 LG전자 한국마케팅부문장(부사장)은 전자유통시장에 대해 묻자 대뜸 ‘비행기 이륙론’이라는 선문답을 내놓았다. 새로운 유통환경에 살아남으려면 지금은 기존 유통 조직이 체질 개선에 전속력으로 달려나가야 할 때라는 것이다. 그는 전국 대리점 사장들을 만날 때도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비행기 이륙론’을 설파하곤 한다. 지난 2004년 말 LG전자 국내 유통조직 수장으로 부임한 그는 조직의 명칭부터 ‘유통’ 대신 ‘마케팅’으로 바꾸며 혁신을 선언했다.

 “고객만족도(CS)를 높인다는 것은 배달이나 서비스와 같은 비단 유통체질의 변화만으로는 안 돼요.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잘 개발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유통 따로, 개발 따로 움직여서는 시너지가 전혀 나지 않아요.”

 그는 그동안 국내 유통조직이 물건을 판매하는데만 집중하면서 정작 시장조사에는 등한시 해왔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상품기획 단계부터 반영하고, 이를 또 마케팅에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을 이해하고 수요까지 예측하는 활동은 궁극적으로 재고부담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재고 부담이 줄어들면 유통조직도 얼마나 행복해지겠어요.”

 그가 강조한 유통조직의 ‘마케팅’은 올해 초 선보인 ‘디오스 콜렉션’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도 했다. 마케팅부문에서 조사한 소비자 니즈를 상품 기획에 반영, 똑같은 디자인 컨셉트의 냉장고, 김치냉장고 등을 콜렉션으로 내놓으면서 시장에서 반향을 불러온 것.

 그는 경쟁이 치열해진 유통시장에서도 ‘밀착 마케팅’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할인점, 양판점, 인터넷 등 다양한 유통채널이 활성화되면서 결국 전속유통점은 단골손님을 확보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어요. 단순한 고객관계관리(CRM)에서 나아가 신뢰도를 높이는 고객신뢰관리(CTM)로 바뀌어야 해요.”

 그는 대리점 사장들이 단골손님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기존 CRM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고쳐 ‘CTM’시스템 도 선보였다. 고객의 성향을 세분화하고, 분석해주는 이 시스템으로 지금까지 수작업에 의존해온 대리점의 고객 관리도 훨씬 빨라졌다. 이를 기반으로 한 타깃마케팅을 펼치는 대리점 사장들도 부쩍 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대리점 등 전속유통만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전통적인 사업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할인점, 양판점 등과 공정하게 경쟁하면서 자생력을 키워야지, 인위적인 지원에 의존하면 그 만큼 생명력은 단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통 채널마다 고객은 세분화될 수밖에 없어요. 가격을 중요시 하는 고객과 반면 서비스나 신뢰도를 따지는 고객이 찾는 유통망이 달라지는 것이죠. 결국 이들 고객을 단골로 끌어들이는 경쟁인 셈이죠.”

 그는 시장조사를 통한 개발조직과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 단위 유통조직의 마케팅을 도와주는 시스템 개발 등 지금은 거시적인 변화를 우해 전속력을 내야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이마트 선종구 사장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있잖아요. 한 곳에서 여러 제품을 비교해보고 구매할 수 있는 것 만큼 좋은 고객서비스가 어디 있겠어요?”

 선종구 하이마트 사장은 하이마트의 비즈니스 모델은 처음부터 고객만족에서 출발했다며 다른 유통업체와 선을 그었다. ‘전자제품 살땐 하이마트’라는 광고 문구가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선 사장은 외환위기(IMF)로 국내 전자유통업계가 잔뜩 위축될 때 오히려 ‘공격경영’으로 하이마트를 국내 최대 전자전문점으로 일으켜 세운 주인공이다.

 “하이마트는 다양한 브랜드를 단순히 비교하는 차원에서 나아가 직접 소비자가 체험할 수 있는 체험형 매장을 국내 처음 시도했어요. 유통업계 최초로 노동부가 인증한 전문상담원 제도인 ‘세일즈마스터’를 통해 고객 상담 서비스 수준도 한 차원 높였지요. 패밀리카드 맴버십 제도 운영, 24시간 배송체제 등 혁신 사례는 아직도 끝없이 이어지고 있어요.” 그는 하이마트의 고객만족(CS) 활동은 유통업계의 ‘벤치마킹 1호’가 될 정도로 앞서있다고 자신했다.

 지난 2000년 선 사장이 부임하면서 시작된 하이마트식 고객만족 경영은 매출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하이마트는 2000년 이후 매년 20∼30%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올해는 2조원대 돌파 신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업체들이 하이마트를 경쟁자로 여기면서도 중요한 파트너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독특한 관계도 ‘하이마트식 고객만족경영’에서 비롯됐다.

선 사장은 “하이마트의 고객은 비단 소비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공급하는 제조업체도 포함하는 개념”이라며 “삼성, LG, 대우 등 대기업 이외에 중소업체 제품 비중을 50%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개발력이 뛰어난 중소업체들이 유통에 신경쓰지 않고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에 필요한 물건인가, 품질·서비스가 확보돼 있나, 합리적인 가격을 맞출 수 있나 등 세 가지 조건만 충족되면 어떤 업체든 입점할 수 있는 열린 유통채널로 운영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소업체 참여 확대는 결국 제품의 다양화로 이어져 소비자들도 선택의 폭도 넓어지는 ‘윈윈모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마트는 이같은 제품 구성 다양화의 강점을 살려 앞으로 ‘상품’이 아닌 ‘생활’을 판매한다는 유통전략도 수립했다. 형광등, 건전지, 시계와 같은 생활 편의용품의 취급을 늘리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디지털상품, 60∼70대의 실버세대를 겨냥한 건강용품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드럼세탁기를 구매한 고객이 연관상품인 다리미판과 세제를 동시에 구매한다면 고객은 그 만큼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죠.”

 선 사장은 장기적으로 하이마트는 ‘가전 중심 생활 토털솔루션’을 제공하는 유통 채널로 변화를 추구할 것이라며 지난 4월 창립기념일에 맞춰 ‘고객행복헌장’을 선언했듯, 고객이 행복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실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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