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황창엽 모빌리언스 사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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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 넓은 바다에서 돌고래들이 마음껏 헤엄치는 블루오션에 대한 상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붉게 변해가는 레드오션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고민하기 보다는 더 넓고 자유로운 대양으로 나가라는 블루오션 전략은 치열한 비즈니스 환경에 지쳐가는 경영자들에게 참으로 매력적이다

 모빌리언스는 결제(Payment) 전문 기업으로 올해 예상되는 매출 400억원 중 90% 이상이 결제 분야에 집중돼 있다. 2002년부터 매년 줄곧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국내시장 특성상 치열한 경쟁이 지속되면서 1위 사업자도 이러한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몇 년 전에는 특허분쟁까지 겪어야 했다. 지난 일이지만 돌이켜 생각해도 매우 힘든 과정이었다. 2001년말의 일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기 위해 기술, 영업, 대외협력 등 모든 부문이 밤낮이 따로 없이 일할 때다. 경쟁사로부터 한 장의 통고서가 날아들었다. 휴대폰결제 특허가 등록 됐으니 이를 인정하고 사업에서 철수하라는 내용이었다.

 같은 처지였던 다른 경쟁사와 공동으로 해당 특허 내용 및 휴대폰결제 서비스방식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졌고, 이 결과 우리의 서비스가 상대방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어 맞대응에 나섰다. 이후 합의점 없는 지루한 협상들과 관련 소송들이 진행됐다. 그러나 이러한 공동 대응조차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모빌리언스를 제외하고 양사간에 전격적인 특허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또 한번 결단이 필요했던 시기다. “혼자서 갈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그냥 포기하고 말 것인가” 그렇다고 남을 원망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냉엄한 비즈니스의 논리를 다시 뼈저리게 배운 시기다. 이때부터 혼자서 하는 싸움이 지속되었고, 예기치 못한 반전도 공교롭게 특허에서 나왔다. 필자의 회사가 출원한 특허가 2002년 6월 등록된 것이다. 지금 돌아보면 불과 몇 개월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필자에게는 몇 년과도 같이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그 간의 특허분쟁을 통해 얻은 교훈은 “특허는 좋은 출발점일 뿐 결코 비즈니스의 전부는 될 수 없다”라는 점이다.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해 나갈 수 있는 한 시장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이들의 땀과 열정과 때로는 치열한 경쟁마저도 필요하다. 특허는 그 중 하나인 것이다.

 이후에도 완전한 합의가 이루어지기 까지는 어려운 과정과 인내를 필요로 했지만 결국 국내 휴대폰결제 시장은 특허분쟁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큰 상처를 준 사건이었으며 되돌아 보기 싫은 기억이다.

 인터넷 분야와 마찬가지로 국내 Payment 산업 또한 세계 최강국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진출의 기회도 열려있다. 더 이상 레드오션에 머물며 헛된 경쟁을 위해 임직원들의 피와 땀을 허비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치열한 경쟁 자체가 레드오션의 근원일 수는 없다. 자연환경이 그렇듯 산업 또한 당장의 욕심을 자제하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인내와 성숙함만이 우리에게 다시 푸르름을 찾아주고, 언젠가는 더 넓은 세상의 블루오션으로 향하는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chantily@mobilia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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