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는 되지만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니었나 싶어요. 차분히 준비해서 독립하면 배려하겠다고 해도 전혀 들질 않더군요. 도대체 뭐가 그렇게 급한지.”
한 중견업체 대표의 안타까운 목소리다. 최근 잘 나가는 개발자가 독립을 선언해 파장이 일고 있다. 자신의 손으로 만든 게임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상황인지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친분 있는 개발자들은 모두 한몫 잡고 있는데 자신만 월급쟁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실이 싫었다고 한다. 예전부터 투자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니 그의 독자 행보에는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조급증은 성공을 넘어 로또 대박을 잡기 위한 움직임으로 밖에 이해되지않는다. 큰 돈을 벌기 위해 철새처럼 회사를 옮기는 것부터, 아예 자신의 지분을 팔아 치우는 모습까지 최근 개발자들의 행보를 보면 아쉽기 그지없다. 프로젝트 중도 하차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별 다른 고민 없이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것은 다반사다. 프로젝트에 사활을 거는 업체 입장에서 보면 한숨이 나올 법도하다.
퍼블리셔들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게 전개되다 보니 눈에띠는 온라인게임은 부르는게 값이다. 한술 더 떠서 회사 인수도 마다하지 않아 수십 억원에서 수백 억원을 안겨다 준다. 이러 상황을 눈치 챈 개발자들은 스트레스만 받으면 금새 뛰쳐 나가 새 직장을 알아본다. 지분을 갖고 있는 임원은 언제 팔아 버릴 것인지 타이밍만 재고 있다. 진지하게 게임을 바라보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도대체 그렇게 조급할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개발자들은 대부분 젊다. 아니, 어리다. 타 업종에 비하면 상상도 못할 시기에 고위직을 맡거나 무거운 책임, 그에 따르는 연봉을 받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뭐가 부족한지 승진과 대박에만 급급하다. 수십 억원의 돈을 한꺼번에 받고 회사를 팔아 치우는 것이 그들이 어린 시절 오락실에서 정했던 목표는 아닐텐데 말이다.
차분히 미래를 준비하면서 천천히 경험과 기술을 익혀도 문제될 것은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산업은 더 발전하고 규모가 확대될 것은 확실하다. 연륜이 쌓이고 모두가 인정할 때 독립해 자신의 회사를 꾸려 나가도 결코 늦지 않다. 선택은 자유지만 빨리 피는 꽃은 빨리 시들게 마련이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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