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닉스 서버 시장이 한국HP 독주체제에서 ‘신 3강’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IBM 사태’로 무너졌던 한국IBM 영업력이 부활하고 한국썬도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한국HP의 아성에 균열이 일고 있는 것. 한국HP·한국IBM· 한국썬 3강이 힘의 균형을 이뤘던 2000년대 초반과 같은 새로운 구도의 3강 체제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IBM과 한국썬의 2분기 유닉스 서버 매출은 전분기 대비 최고 20% 이상 매출 성장, 한국HP는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같은 경향은 9월 마감되는 3분기 시장에도 엇비슷한 경향으로 나타나 한국HP와 한국IBM·한국썬의 점유율 격차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IBM은 2분기 전분기 대비 매출이 154%, 전년도 대비 21.5% 성장해 1년 만에 유닉스 서버 시장 점유율 30%를 재돌파했다. 대수 기준으로도 700여 대를 팔아 전분기 대비 무려 54.6%로 성장했다. 지난해 말 공공 영업력이 되살아나면서 행자부 시군구 고도화 사업, 정통부 전산센터, 공군 C4I, 기획예산처 디지털회계, 한국전력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휩쓸었던 것이 실적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동양생명·현대캐피탈·중대형 증권사 차세대 프로젝트와 중소형 기업 매출도 보태졌다. 행자부 시군구 고도화 사업은 1·2·3분기 연속으로 대형 물량 공급이 예약돼 있어 3분기에도 두자릿수 성장이 무난하다는 게 한국IBM의 설명이다.
한국썬는 2분기 대수 기준으로 유닉스 서버 1위라는 화려한 성적을 거두면서 ‘제 2의 르네상스’를 예약했다. 이 회사는 2분기 1108대 판매, 국내 유닉스 서버 10대 중 4대를 한국썬 제품으로 채웠다. 전분기 대비 매출도 20% 이상 증가했다는 게 한국썬의 설명. 특히 8코어 신형 제품인 나이아가라는 2006년 상반기 동안 국내 유닉스 볼륨 서버 10%에 해당하는 300여대 정도가 팔려나가 유닉스 물량전에서 효자 구실을 톡톡히 했다.
특히 올해 초 IT 교체 주기가 다가오면서 나온 쏟아져나온 저가형 유닉스 서버 물량 상당수를 한국썬이 흡수했다. 현대증권 등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 교체 물량, 네트워크(IPv6) 전환에 따른 관련 통신 서버 물량 등이 대표적이다. 대기업 영업 강화 효과도 적지 않았다. 한국썬 내 대기업 대 중소기업 매출이 3대 7 수준에서 7대 3 수준으로 역전됐다.
한국HP는 지난해 2분기 국내 유닉스 서버 사상 첫 40%를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거듭했으나, 올해는 로엔드·미드레인지 시장을 지키지 못하면서 물량에서 밀려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하이엔드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는 80% 라는 독보적인 점유율을 유지, 또하나의 기록을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전체 판매 대수면에서는 한국썬과 한국IBM에 뒤지는 3위를 기록했다.
한국HP 관계자는 “행자부 시군구 프로젝트 등 1∼2가지 프로젝트에서 밀린 것이 점유율에 영향이 있었다”면서 “몬테시토를 탑재한 신형 서버가 일제히 출시된데다 반응도 뜨거워, 그동안 하이엔드 서버 시장에서 검증된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유닉스 서버 시장의 리더십을 계속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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