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단일 통화권’을 향한 3세대 이동통신(WCDMA/HSDPA)이 벌써부터 제 효과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말 SK텔레콤, 6월에는 KTF가 WCDMA/HSDPA를 전국 84개 도시 지역에 상용화하면서 해외 WCDMA 가입자들이 국내에서 사용하는 이른바 ‘인바운드’ 로밍 실적이 눈에 띄게 급신장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그동안 비동기식 이동통신(GSM)이 주류였던 2세대(G) 환경에서는 전체 로밍 실적 가운데 내국인이 해외 여행 중 사용하는 ‘아웃바운드’ 로밍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 데 비해 WCDMA가 본격 상용화한 이후 인바운드 로밍이 부쩍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로밍시장 확대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NTT도코모 효과 ‘쑥쑥’=WCDMA/HSDPA 상용화로 적어도 로밍사업에 관한 한 크게 달라진 곳은 KTF다. KTF는 지난 6월 말 전국 50개시를 대상으로 WCDMA/HSDPA 상용화에 착수한 뒤 지난 7월부터 두 달간 인바운드 로밍 실적이 매월 평균 23% 이상씩 쑥쑥 자라고 있다.
지난 6월 4억6000여만원에 불과했던 인바운드 로밍 매출은 7월 들어 5억7000여만원, 8월에는 7억1000만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 가입자들이 해외를 여행하며 사용하는 아웃바운드 로밍도 덩달아 늘어나 지난 6월 10억여원에서 7월에는 12억여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그동안 다소 미진했던 KTF의 로밍 실적이 최근 이처럼 달라지고 있는 것은 WCDMA/HSDPA 상용화로 일본 NTT도코모의 후광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KTF와 자본 제휴까지 맺으며 WCDMA 사업 협력을 추진중인 NTT도코모는 현재 WCDMA 가입자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3G 전환 속도가 가장 빠른 사업자다. 통상 한 해 동안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가운데 42%가 일본인으로 1위며, 반대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해외 여행국 중에서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KTF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양국 간 방문객이 가장 많은데다, 일본 NTT도코모 가입자들이 국내에서 사용하는 인바운드 로밍이 두드러지게 늘고 있다”면서 “해외 여행객 방문국 가운데는 중국과 일본이 가장 많아 로밍 서비스도 이들을 중심으로 집중하는 것이 주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KTF는 지난해 130억원에 불과했던 로밍 매출이 올해는 250억원 규모로 급증하는 한편, 이 가운데 지난해까지 33% 수준에 그쳤던 인바운드 로밍도 올해는 45% 선까지 올라설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인바운드 로밍은 해외 여행객이 자국 사업자로부터 단말기를 빌려 국내 사업자의 망을 쓰므로 전체 통화료 수입의 80%를 정산 수입으로 벌어들일 수 있어 수익 면에서 짭짤하다는 게 KTF의 설명이다.
◇WCDMA 아웃바운드는 아직=KTF와 비교할 때 SK텔레콤은 로밍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는 이어가고 있지만, WCDMA/HSDPA 상용화로 인한 수혜는 비교적 적은 편이다. 전 세계 GSM 주파수와 동일 대역인 800㎒를 확보한 덕분에 이미 오래 전에 해외 자동 로밍 서비스에 착수, 사실상 WCDMA 로밍의 효과를 독식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WCDMA/HSDPA를 상용화한 뒤 지난 6월부터 석달간 인바운드 로밍 실적은 10억여원으로 제자리 걸음을 유지한 데 비해 아웃바운드 로밍은 76억원 수준에서 87억원 규모로 꾸준히 신장되고 있다. 지난해 로밍을 통해 총 8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SK텔레콤은 올해 1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아직 WCDMA 가입자가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적어 이로 인한 로밍 실적 효과를 당장 기대하기는 힘들다”면서 “눈에 띄는 변화는 결국 국내 가입자가 WCDMA로 대거 전환하는 내년 이후에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SK텔레콤·KTF 두 회사를 통틀어 WCDMA/HSDPA 가입자는 2만명 안팎으로 추산되며, 싱글밴드싱글모드(SBSM) 단말기가 등장하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해외 아웃바운드 로밍 시장도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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