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특성상 IT서비스 업체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과 SW 업체가 대거 포진한 중소기업간 협업과 시너지 창출은 그 어느 분야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SW산업협회가 실시한 ‘대중소 기업간 상생협력’ 조사는 이 같은 과제가 아직은 시작 단계에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의 절반이 상생협력에 만족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12% 수준에 머물어 여전히 시장의 두 축이 느끼는 체감 온도계는 다른 지수를 보인다. 상생의 대전제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지난 2000년부터 중소 협력사(파트너사)와 상생의 씨를 뿌려온 대기업들도 최근들어 생색내기 수준을 벗어나 인력교육·금융·경영지원·마케팅 등 다각도의 프로그램을 잇따라 내놓으며, 입체적인 협력과 지원을 통한 동반상승을 꾀하고 나서 실효성 있는 상생모델의 안착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인력 교육 지원=올들어서만 LG CNS는 새로운 협력사 직원교육 프로그램인 ‘투게더 런 영파워(U-CAMP)’ ‘투게더 런 스페셜’ 등을 2개의 새로운 협력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삼성SDS도 지난 8월 자바·전사자원관리(ERP) 등 인력양성이 시급한 분야를 선정, 교육비를 지원하고 나섰고, 이에 앞서 협력사 직원의 리더십 제고를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SK C&C는 총 112개의 온·오프라인 교육과정을 개설, 시스템·네트워크·DB·프로젝트 관리 등 기술 분야는 물론이고 전략기획·대인관계·고객만족 등 경영일반 분야까지 지원하고 있다. 또 지난해 설립한 교육지원센터의 규모와 지원대상의 확대를 검토중이다.
◇금융지원=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인 자금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급지급과 관련된 관행도 개선의 싹이 트고 있다.
SK C&C는 협력사의 경영애로 해소를 위해 하도급 대상 거래에 대해 100% 현금결제 원칙을 도입하고, 결제일도 월 2회에서 4회로 늘리는 한편, 결제대금을 검수 후 7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했다. 또 하나은행·신한은행 등과 연계해 협력사들이 자사와 거래실적을 담보로 우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미래채권 담보대출 제도’도 시행중이다.
또 협력사가 제출하는 보증증권 운영 업무를 전산화하고 우수 협력사는 제출을 면제해 보증증권 발행에 따른 보증료와 운영비 부담을 줄여갈 계획이다.
LG CNS도 협력사의 원활한 자금회전을 위해 신속한 대금지급을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우수 협력사에는 보증보험 증권을 면제하고 있으며 기업은행 등과 협약을 맺고 협력사가 자사의 추천서를 통해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론 프로그램도 가동중이다.
대우정보시스템은 최근 소프트웨어공제조합과 공동으로 자사 관련 1900여개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확정된 매출채권은 물론 계약이행중인 미확정 채권 등을 기반으로 한 대출지원제도를 시행키로 했다. 이에 따라 중소협력업체는 대우정보시스템과의 계약서에 근거해 필요한 자금을 선지원받고, 공제조합은 대우정보시스템으로부터 이 자금을 상환받는 네트워크 론이 적용되고 있다.
◇시장공조=국내외 대형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국산SW 채용과 해외시장 동반 진출 등 시장협력을 위한 노력도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SDS는 지난 5월 굿소프트웨어인증사협의외와 손잡고 GS인증 제품의 도입확대를 확인했고 필요시 우수SW는 공동개발도 수행하기로 했다. LG CNS도 2010년까지 국산SW 구매비중을 50%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자정부·그룹·해외시장 프로젝트에서 GS인증 제품 등 우수 국산 SW를 우선 구매한다는 계획이다.
SK C&C도 프로젝트관리팀을 중심으로 경쟁력있는 솔루션을 발굴, 사업 전담부서와 시장적용을 확대하고 향후 신규사업에서는 사업성과를 협력사와 공유하는 ‘이익공유(Profit Sharing)’ 제도를 마련할 예정이다. 현대정보기술도 최근 금융IT서비스와 정보보호 분야 기업과 동반 해외진출을 위해 협의체 구성 등 공조체제를 도입했다.
◇커뮤니케이션 채널확대=주요 IT서비스 업체들은 중소기업과 의사소통의 부재가 오해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 이를 위한 전담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협력사 대표와 합숙 워크숍(연 2회), 정기 간담회 등을 개최해온 LG CNS는 지난해 9월부터 LG CNS 임직원만이 공유했던 지식관리시스템을 협력업체 직원에도 접근을 허용하는 등 정보 공유를 위한 방안을 확대하고 있다. 또 향후 상생 전담창구를 마련하고 기존 구매 포털을 확대 개편해 온라인 경영지원활동도 늘려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점차 기술교육의 수준보다 진일보한 기술이전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협업포털 시스템인 ‘SDS 윈윈닷컴’을 운영중인 SDS는 지난 7월 파트너사의 목소리와 요구사항을 취합해 효과적인 협력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파트너협력센터’를 신설했다.
파트너 포털과 협력사 CEO 간담회 등을 운영중인 SK C&C도 향후 각 사업분야 별로 협력사 커뮤니티를 구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연 2회에 걸쳐 구매 시스템을 통한 만족도 조사를 시행하는 등 커뮤니케이션 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신재철 LG CNS 사장은 “우수한 품질의 SW와 다양한 분야의 전문 기술력이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이라면 IT서비스 업체는 시스템통합(SI), 연구개발(R&D), 다양한 산업 프로젝트 수행경험, 대규모 시장창출 능력 등에서 앞서있다”며 “두 주체간 강점을 상호 신뢰 기반위에 결합하면 시너지를 내야 글로벌경쟁에서 동반 성장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
◆이말만은 하고싶다
SW강국의 향한 정부와 업계의 관심과 제도·관행 개선을 위한 노력이 확대되고 있지만 IT서비스 대기업과 중소SW업체간에 명실상부한 ‘상생’을 위해 풀어야할 숙제는 여전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제 IT 프로젝트 발주문화 개선, SW제값받기 등을 위한 두 주체간 머리를 맞댄 고민,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함께 상호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개발과 국내외 시장공급, 재투자 등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SW산업협회가 조사한 상생 만족도 조사 가운데 우수SW 보급확산과 동반성장을 위한 꼽힌 과제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시각에서 요약했다.
▲중소기업
◇공공기관(발주처)에서 사업설명회 등을 통해 GS 인증 제품을 제안하도록 요구하는데도 일부 IT서비스 업체들이 이를 묵살하고 외산제품을 제안해 형식적인 협력에 흐르는 경우가 있다.
◇국산SW는 외산 제품에 비해 신뢰가 떨어진다며 처음부터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다. 국산제품에 대한 우선 검토의식을 높여야 한다. 국산SW도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외산제품과 경쟁력을 확보한 경우가 많은데도 가격인하를 요구한다. 이에 앞서 국산SW 시장의 기술력에 대한 정확한 파악에 나서 제값받기 문화가 정착되도록 해야한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제품을 타깃으로 대기업의 기존 제품을 다운사이징해 공급함으로써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를 좁힌다. 또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중소 규모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정부·공공기관이 국산SW 도입시 가산점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을 한 뒤 대기업이나 일반 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
◇대기업의 영업·구매·사업 부서가 마다 각각 기준이 다르고 구매체계로 임의적인 경우가 있다. 중소기업은 여력상 대기업 담당자 모두의 이해와 요구를 맞추기 힘들다. 대기업과 구매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단일 채널 구축이 요구된다.
▲대기업
◇기업의 글로벌화에 따라 모든 업무처리에 적용되는 SW도 개발초기부터 이를 염두해야 한다. 일부 특정기능만 한국 실정에 맞게 개발했다고 해도 안정성, 확장성, 유지보수 가능성 등이 검증되지 않은 SW를 기업들이 구매하기에는 위험이 따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 출자를 통해 SW기업을 육성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국산SW는 정부·공공 부문에서 선도입 결의와 실행이 있어야 한다. 공공 사업은 고객사 환경과 도입정책 조율에 따라 제품이 선정되는 경우가 90% 정도다. 이를 민간 사업자나 개발자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정부 u-IT839 정책의 후속조치로 SW 공모제도 등을 대기업이 주관하고 중소업체가 참여하는 형태로 개최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고급인력 양성을 위한 산·학·연·지역간 IT협동연구센터 건립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반 사용자는 물론이고 공공기관 조차 ‘SW는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는 국내 SW산업 성장과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이며 나아가 국내 IT서비스 산업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 시중가격을 반영한 조달가격 기준과 규정 등 조달가격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대기업 IT서비스 업체가 SW를 망친다는 식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호 비하도 자제돼야 한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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