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화상회의 시장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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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콤의 텔레프레즌스 시스템

잇따른 테러위협 사태와 유가인상으로 항공기 출장이 부담스러워지면서 원격화상회의(텔레프레즌스: telepresence)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텔레프레즌스는 책상 앞에 앉아 전세계에 있는 누구와도 얼굴을 보며 상담할 수 있도록 벽면을 가득 채운 초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고화질로 원격지에 있는 상대방의 영상을 실제 크기로 보여주며 회의하도록 도와준다. 상대방의 좌석위치까지 고려한 입체음향을 전달하기 때문에 서울과 뉴욕간 국제회의도 마치 한 방에서 진행되는 듯한 착각(가상현실)을 느끼게 해 준다.

폴리콤, 텐드버그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텔레프레즌스 장비수요는 약 10만대, 시장규모는 30억달러로 전년대비 25%의 고성장을 달성할 전망이다.

텔레프레즌스는 지난 90년대만 해도 글로벌 대기업의 사장실에나 설치되던 귀한 물건이었지만 2000년대 이후 △급격한 제품가격 하락 △초고속 통신망 보급 등에 힘입어 일반 직장인의 비즈니스 출장까지 대체하는 도구로서 폭발적 대중화 시점을 맞고 있다.

◇테러와 유가상승이 시장견인차=지난 2001년 9.11사태 이후 강화된 보안조치는 텔레프레즌스 대중화에 기폭제가 됐다.

당시 여러 기업인들은 길게 늘어선 공항검색대를 통과해 해외출장을 가는 것과 화상회의가 큰 차이가 없음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3년 중국의 사스(SARS)파동 때 동남아지역의 텔레프레즌스 장비수요는 무려 400%나 급증했다. 이밖에 계속되는 유가상승세는 기업들의 출장비 부담을 가중시켜 화상회의 도입을 부추기는 배경이 되고 있다. 특히 이달초 영국에서 공항테러계획이 적발된 이후 해외출장에 부담을 느낀 중소기업인들의 제품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기업당 도입규모도 크게 증가해 골드만삭스와 크레디스위스 은행은 올들어 도합 1000대의 텔레프레즌스 장비를 신규로 발주한 상황이다.

텔레프레즌스의 사용주체도 경영진에서 평범한 직원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공상은행은 지난해 설치한 300대의 텔레프레즌스 장비를 직원 누구나 전화처럼 사용하도록 허락하고 있다.

◇시스코 가세로 시장 힘받아=이미 이 시장에 진출해 있는 폴리콤과 텐드버그 등은 생생한 현실감을 전하기 위해 기존 SD급의 화질을 훨씬 능가하는 HD급 텔레프레즌스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들이 내놓은 하이엔드 제품은 모니터와 카메라의 각도 차이를 없애 상대방 눈을 똑바로 응시할 수 있는 아이콘택트(Eye contact)기능까지 갖춰 기업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낙관적인 시장 전망을 반영하듯 세계 1위의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까지 시장참여를 선언, 시장경쟁 가열을 예고하고 있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은 지난 6월 주주들에게 “앞으로 텔레프레즌스가 회사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올가을 고화질 텔레프레즌스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선언했다.

시스코의 이같은 행보는 기업들에게 개인간 통신에서 생생한 HD급 영상정보를 주고 받는 텔레프레즌스의 엄청난 네트워크 수요 및 이에 따른 부가가치 창출 가능성을 더욱더 확신시켜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텔레프레즌스가 고화질의 원격회의기술을 넘어서 세계 통신시장의 새로운 화두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컨설팅그룹 HPL의 하워드 리트만 연구원은 “텔레프레즌스는 테러위험과 유가상승에 직면한 비즈니스 목적의 교통수요를 억제할 유일한 돌파구”라고 지적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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