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강국으로 가는 길](9)IT서비스①블루오션을 찾아라

소프트웨어(SW) 산업과 IT서비스는 불가분의 관계다. 패키지SW, 솔루션, 내장형 SW, IT서비스 등이 고르게 발전할 때야 비로소 SW산업은 우뚝 일어설 수 있다.

지난해 말 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을 기준으로 내장형 SW와 패키지 SW를 합친 전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규모는 4762억달러에 달한다. IT서비스는 이보다 훨씬 큰 5892억달러에 추산된다. 메모리 485억달러, LCD 594억달러, 휴대폰 1866억달러에 비하면 실로 엄청난 시장이다. 유비쿼터스 시대엔 각종 정보기술의 통합과 운영을 위한 SW와 IT서비스 산업이 핵심분야로 부상하리라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2008년 1인당 GDP 2만달러를 넘어서고, 선진국 클럽 가입을 위한 전제조건인 3만달러 달성을 위해선 이들 시장 공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부가 SW산업 육성에 팔을 걷고 나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젠 범국가 차원에서 IT서비스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 산업 자체의 성장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국가 경쟁력 향상을 도모해야 할 때다.

◇IT서비스의 세계화 절실=연간 국내 IT서비스 시장규모는 후하게 평가해 12조∼13조원 수준. 정통부 통계와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추산한 지난해 세계시장 6244억달러에 비하면 고작 2%에 불과하다. 국내 IT서비스 업체들이 활동무대를 국내가 아닌 해외로 옮겨야 하는 이유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세계 IT서비스 시장을 주도하는 IBM, EDS, HP, 액센추어 등과 견준다면 국내 IT서비스 업체의 경쟁력은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토종 IT서비스의 강점도 있다. 우리나라의 전자정부, 행정정보화 등은 선진국들도 후한 점수를 매기는 우수 사례다. 업계는 자신있는 이들 사례를 필두로 IT서비스 수출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재훈 삼성SDS 전략기획그룹장은 “정부는 IT서비스업체의 해외 사업에 대해 금융 및 세제 지원책을 강구, 국가 간의 정보화 협력을 위한 협약을 통해 해외진출 확대 여건을 조성하고 IT서비스 업계는 글로벌 경쟁환경이 대세임을 인식하고 그에 걸맞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블루오션을 찾아라=국내 IT서비스 업계의 글로벌화를 위해선 그룹 계열사의 IT지원, 공공시스템통합(SI) 등으로 대별되던 기존 사업구조를 탈피, 미래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신수종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선 상당수의 국내 기업들이 블루오션 코드를 ‘유비쿼터스’로 설정하고, 사업 다각화를 타진 중이다.

‘u-크리에이터로’ ‘u비즈니스 파트너’ ‘글로벌 u-서비스 리더’ 등을 비전으로 내세운 IT서비스 업계는 u시티, 전자태그(RFID), 유비쿼터스센서네트워크(USN), u컨버전스 등으로 사업 구체화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SK C&C가 PMP, 게임, 애니메이션 등 디지털기기와 콘텐츠 분야로, 포스데이타가 와이브로 분야로 IT서비스와 거리가 있어 보이는 신사업을 챙기는 것도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신 환경’을 의미하는 유비쿼터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빗장 열리는 해외시장=IT서비스 업계가 발굴한 블루오션 아이템의 해외진출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삼성SDS는 지난달 말 EPC(전자상품코드)글로벌이 주최하고, 미국 MIT가 기술을 검증한 ‘프로토타입 테스트’에 자체 개발한 RFID 솔루션으로 참가해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국제표준 채택의 가능성을 높였다. LG CNS는 올초 ‘RFID월드 2006’에 국내 IT서비스 업체로는 유일하게 조달청 자산관리 RFID 시범사업, 세브란스병원 RFID/스마트카드 구축사업, 서울시 교통카드 시스템 구축사업 등의 3개 성공사례를 소개해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삼성SDS는 승차권발매 자동화시스템(AFC) 중국 수출 누계 1억달러를 돌파했고, LG CNS 역시 단일 해외 수주 프로젝트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460억원 규모의 중국 베이징지하철 AFC 사업을 따낸 바 있다. 이밖에도 현대정보기술이 금융 프로젝트 수출에서 잇따라 승전보를 올리고 있고, 쌍용정보통신이 스포츠SI를 주무기로 수출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중이다.

국내 IT서비스 업체와 중소 SW 전문업체간의 협업모델 구축도 해외시장의 빗장을 여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삼성SDS가 연내에 4∼5곳의 국내 솔루션 업체와 연합전선을 구축해 해외시장을 공략키로 한 데 이어 교육부 교육정보화 협력업체들과 연대해 수출을 추진하는 사례는 선단형 수출로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SK C&C가 티맥스소프트와 공동으로 이동통신 SW 시장진출을 타진중이어서 대형 IT서비스 업체와 중소 SW업체가 아우르는 윈윈 모델 구축은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현수 한국IT서비스학 회장은 “외국 기업이 주도해온 국제 솔루션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며 “내수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상의 한계를 극복하고 나름대로 특화한 기술 및 서비스를 중심으로 해외시장 공략 기회를 넓히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국내 IT서비스업체들이 자유경쟁 체제의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가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 차원의 태생적 한계 극복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그룹내 계열사의 전산실이 통합·분리되면서 생겨난 지금의 IT서비스업체들은 매출의 대부분을 모 그룹에 의존하는 구조다.

유병창 포스데이타 사장은 “국내 30대 그룹중 자체 IT서비스업체를 두지 않은 그룹은 단 두 곳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룹 전산의 비밀보호 명분이 현재의 비경쟁적 사업 구조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현재의 시스템으론 그룹의 보안유지 및 기술보호를 위해 타 그룹 계열 IT서비스업체에 프로젝트를 맡길 수 없다. 그룹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자체 IT서비스업체를 매각한 이후에도 또다시 계열 IT서비스업체를 신설하는 그간의 관행이 이를 반증한다.

김일환 CJ시스템즈 사장은 “미국이나 유럽 기업은 계열사로 IT서비스업체를 두지 않고도 제대로 된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우리만 비밀보호 명분으로 폐쇄적인 구조를 답습하고 있다”며 “IBM, HP, EDS, 액센츄어 등의 사례처럼 기업간 M&A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이 적극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정훈기자@전자신문, jhchoi@

◆기고-IT서비스의 블루오션이 필요할 때다

: 김현수 한국IT서비스학회 회장, 국민대 교수

전세계적으로 기업과 국가가 성장을 위한 블루오션을 찾는 노력이 요즘처럼 활발한 때가 없었다. 그만큼 치열한 경쟁속에 세계경제가 돌아가고 있고, 미래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증거다. IT서비스산업 발전전략에 대한 논의도 그동안 많이 있어왔고, 패키지 소프트웨어나 솔루션 산업과의 관계에 대한 논의도 많았다. 치열한 전투의 현장에서 보면 모두가 적이고, 아군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한발 물러서서 보면 모두가 공생관계의 공동운명체다.

또 시대적인 흐름을 보면 지금은 정보혁명의 시대에서 서비스혁명의 시대로 이전되는 변화의 시작에 있다. 국가별로 서비스산업 비중이 60∼80%에 이르고 있고, 미국에서는 2004년말 국가경쟁력위원회에서 국가혁신전략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서비스산업에 대한 투자와 연구활성화를 강력하게 주문했다. 혁신의 도구는 IT이고, 서비스가 경제의 주류이므로 IT서비스는 가장 중요한 산업중의 하나가 됐다. IT서비스와 서비스사이언스에 대한 관심이 기업과 학계와 정부에서 증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각론으로 보면 IT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불합리한 수발주 제도 및 관행개선, 신규수요 창출, 해외진출 지원 등이 주요 과제다. 그동안 정부는 제도개선 노력을 많이 했고, 신규사업 발굴을 통해 수요창출을 했고, 전자정부 수출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에서는 그 효과에 만족하지 못한다. 보다 혁신적인 제도개선과 큰 수요창출을 원한다. 정부 예산구조와 제도개선 시스템을 고려할 때 획기적인 변화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정부와 민간과 학계가 공동으로 지혜를 짜내 노력하면 지속적인 개선이 있을 것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IT서비스산업의 진화가 요구된다. IT서비스업의 세계적인 추세가 유관산업과의 강력한 연계발전이다. 전자나 자동차 등의 제조업은 물론이고, 통신 방송 유통 서비스 등과 연계된 새로운 사업 영역이 IT서비스 사업 영역으로 속속 편입되고 있다. 또한 서비스가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고객이 지불하는 가격에 비해 높아지도록 기업들은 더욱 노력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IT서비스기업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기 위한 중장기 정책이 필요하다.

한계상황이 지속되면 많은 기업이나 산업들은 도태되는 길을 가지만 어떤 기업이나 산업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여 블루오션을 만들어낸다. 과거 생태계에서는 생존경쟁이 치열해진 민물고기들이 강이나 개울가에 펼쳐진 육지에서 많은 먹이거리를 발견하고 육지에 오를 전략을 수립했다. 그래서 일부 민물고기들은 아가미를 폐로, 지느러미를 네 다리로 진화시켜 육지에 살 수 있는 양서류가 됐다. 자기 혁신을 통해 육지라는 광대한 블루오션을 만들어낸 것이다. IT서비스산업은 세계시장 규모가 6000억달러 이상인 거대 산업이며, 성장성 또한 크다. 민물에서 작은 먹이거리를 놓고 치열한 생존경쟁을 하는 차원을 탈피해 자기혁신을 통해 육지에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IT서비스 산업 혁신을 위해 민·관·학이 힘을 합쳐야 할 때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