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목되는 반도체 라인 증설 바람

 삼성전자에 이어 하이닉스반도체·동부일렉트로닉스가 대대적인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에 나선다는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이르면 내년부터 네 번째 300㎜ 메모리 라인을 국내에 건설하기로 하고 부지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동부일렉트로닉스도 현재 연간 6만장 규모인 200㎜ 웨이퍼 생산능력을 연말까지 7만장으로 늘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부는 게다가 300㎜ 팹 설치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2012년까지 300㎜ 이상 첨단 라인 8개를 경기도 화성에 건설해 세계 최대 ‘세미콘 클러스터 단지’로 육성한다는 계획 아래 현재 대규모 투자를 진행중이다. 이런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적어도 수년간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가 국내 전자산업 투자를 견인할 것으로 여겨진다.

 경기전망도 불투명한데다 정책의 불확실성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업체들이 이처럼 잇따라 대규모 설비투자에 나서는 등 공격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것도 우리 반도체 업체들이 일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차세대 메모리 분야 투자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일임이 틀림없다. 이는 대기업들이 어려울 때일수록 투자를 통해 미래에 대비하면서 글로벌 우위를 더욱 강화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또 반도체 업체들의 대규모 투자는 다른 기업의 투자 자신감을 끌어내는 등 우리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반도체 업체들이 공격 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자명하다. 선행투자를 통해 미래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메모리 분야는 제품의 수명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고 경기변동에 민감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선행투자와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다.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지으려면 돈과 시간이 많이 들고 제품개발이 늦을 경우 투자손실 등 위험도 엄청나다. 최근 해외 경쟁 반도체 업체들이 중장기 투자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차세대 웨이퍼 라인에 적기 투자를 하지 못할 경우 경쟁력 상실은 물론이고 반도체 강국의 권좌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사실 반도체는 우리 주력 수출상품인 동시에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는 효자품목이다. 그만큼 반도체산업은 우리 경제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반도체 업체들이 언제까지 세계 기술을 주도해 나간다는 보장이 없고 후발 중국의 거센 추격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반도체기업들의 잇따른 투자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반도체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잇따른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아쉬움이 생기는 것은 반도체장비·재료 등 주변산업이 취약해 수입유발이 너무 크지 않겠는가 하는 점 때문이다. 테스트 장비 등 예전보다는 국산장비가 많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도 대부분 장비나 재료는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수입하는 구조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우리 반도체산업이 번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장비와 재료 등 주변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이번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가 지금까지 얼어붙은 대기업의 투자심리를 적극 투자로 전환하는 일대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이런 희망적 관측은 정부가 규제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면 수포로 돌아가기 쉽다. 각종 규제와 불안정한 노사관계, 반기업적인 정서 등 투자 걸림돌을 과감히 제거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명실상부한 ‘기업 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모든 것을 걸 각오로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이를 통해 다른 분야에서도 투자가 이어지게 되면 지금의 침체된 분위기는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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