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정용 세라믹 소재 업체인 A사는 일본에서 지난 40여 년 간 소재 산업에 종사해온 한 전문가를 기술 고문으로 영입했다. 반도체 웨이퍼나 LCD 기판이 대형화되고 공정에서 유독 가스 사용이 잦아져 고품질의 세라믹 소재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저가 제품은 이미 국산화가 됐으나 수익이 높지 않아, A사는 일본이 독점하다시피한 고품질 소재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일본의 전문가를 스카우트했다. 중소기업 규모인 A사가 고액의 연봉을 감수하면서 영입한 이 전문가는 전후에 태어난 일본 단카이(베이비붐)세대. 단카이세대는 일본의 소재와 정밀가공분야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소재나 정밀 가공 분야는 단기간에 기술력을 쌓을 수 없는 그야말로 수 십년 간의 노하우가 생명인 분야로, 단카이 세대의 정년 퇴직이 올 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국내 첨단 산업에서도 이들을 영입하려는 경쟁이 뜨겁다. 이러한 움직임은 국내 기술이 취약한 소재 조성 및 정밀 가공 분야는 물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력 산업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업계 현황 = 일본 단카이 세대 모셔오기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첨단 소재와 정밀 가공 기술이 절실한 국내 대기업들이다. 최근 국내 최고의 디스플레이 업체인 B사는 정밀 가공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 퇴직 기술자 2명을 기술 개발 담당 임원으로 영입했다. 자동차와 중공업 분야에서도 설계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기계 정밀 기술자를 고문으로 스카우트했다. 대기업만이 아니다. 반도체 테스트·금형·모터·소재 전문 중소기업들도 일본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이들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해외 기술인력 유치를 위해 운영하는 골드카드제를 통해 들어온 퇴직자들의 경우 2000년부터 지난 해까지 매년 한 두 명에 불과했으나 올 들어 상반기에만 15명으로 늘어났다. 경남 지역에서는 총 100여 명의 일본 기술인력이 들어왔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단카이 세대의 정년 퇴직이 시작되는 올해 말부터는 이 숫자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퇴직과 동시에 이들을 영입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벌써 물밑작업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지원책은 = 일본에서조차 단카이세대를 잡기 위해 정년을 연장하고 재고용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정책이 쏟아질 정도로 이들의 역량은 막강하다. 이러한 핵심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수억원에 달하는 연봉은 물론 최고의 대우가 뒤따라야 한다. 기술전수를 받고 싶어도 중소기업이 그만한 부담을 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이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준비 중이다.
경남테크노파크는 2000년부터 지난 해까지 진행해 온 ‘메카노21’ 사업에 이어 2009년 1월까지 총 166억원 가량을 투자해 경남지역 업체의 해외기술인력 유치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연봉의 최대 70%까지 지원해 주는 제도로,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비용을 부담한다. 이러한 사업을 통해 450억원 이상의 매출증가와 100억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자원부도 일본 단카이 세대 영입을 타깃으로 하는 중소기업 기술인력 유치 지원 제도를 검토 중이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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