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사업자들이 예정대로 내달 20일부터 기존 AV 신호에 양방향 데이터방송 규격인 BIFS(Binary Format for Scenes) 신호를 함께 송출하게 되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지상파 DMB 단말기가 수신 오작동을 일으키는 등 사실상 방송 수신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한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지상파 DMB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시청 불능 대란’이라는 사태를 빚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상파 DMB사업자들이 구상하고 있는 양방향 DMB 데이터 방송 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뿐만 아니라 단말기 소유자들이 겪을 불편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지금까지 시중에 보급된 지상파 DMB 단말기는 130여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들 단말기가 대부분 BIFS 신호를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BIFS 신호와 AV 신호가 동시에 들어오면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양방향 데이터방송 신호 수신이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AV 신호까지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한다. KBS가 최근 부산·광주 등 일부 지역에서 BIFS 시험방송을 실시한 결과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심한 경우 모든 기능이 정지되는 DMB 단말기도 있었다니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으나 무엇보다 지상파 DMB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BIFS 신호를 소홀히 한 채 단말기를 설계한 탓이 크다. BIFS는 원래 지상파 DMB용 AV 규격에 포함된 표준 사항이다.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초기부터 이를 고려해 설계했어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지상파 DMB 사업자들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DMB 서비스 초기부터 서비스 로드맵을 공개해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위성DMB에 비해 방송 프로그램이 훨씬 적은데도 많은 소비자가 지상파 DMB 단말기를 구입했던 것은 이동중에도 공중파 방송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중파 방송사에 DMB 서비스를 허가한 것도 이런 시청자 기대를 최우선으로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라는 요구가 바탕에 깔려 있다. 그런데도 기존처럼 다양한 DMB 방송만 하면 된다는 인식으로 BIFS 서비스를 해 결과적으로 이미 보급된 지상파 DMB 단말기를 고철로 만드는 것은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다.
더 큰 문제는 지상파 DMB 사업자들이 예정대로 BIFS 신호 송출을 강행할 경우 방송을 수신하려면 이미 보급된 단말기들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한 이용 불편은 감수하더라도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소비자 불만이 커질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비용부담을 놓고 소비자와 단말기 제조업체들 간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물론 대부분의 단말기 제조업체가 이에 따른 업그레이드 대책을 세우고 있어 다행이기는 하다. 하지만 80여개에 이르는 DMB 단말기 제조사 가운데 폐업한 곳도 적지 않아 이들 업체 단말기 사용자의 선의의 피해가 우려된다.
따라서 지상파DMB 사업자들은 공급자 사정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송서비스를 향유할 소비자 측면도 균형 있게 살펴야 한다. 단말기 업그레이드 등 제반 문제점이 완벽하게 해소된 후 BIFS 신호를 송출하는 것을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도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시청불능 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밀어붙이기식 양방향 데이터 방송을 실시할 경우 소비자 불만만 높인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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